KBS는 7일 “‘개그콘서트’ 폐지 여부는 논의하지도, 결정하지도 않았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에 따르면 출연 개그맨들에게는 이미 이달말까지만 녹화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9월 첫 방송한 ‘개그콘서트’는 KBS 대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2000년대 초·중반 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심현섭, 정종철, 박준형, 강성범, 정형돈, 김병만, 이수근, 신봉선, 오지헌, 유세윤, 강유미, 장동민, 박성광, 허경환, 윤형빈 등 숱한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를 통해 발굴되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 오디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2001년 이후 19년 동안 지켜왔던 일요일 밤 방송시간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넘기고 토요일로 옮겼고, 또 지난달부터는 금요일로 다시 방송시간대가 옮겨지면서 고정 시청층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가정의 달 특집으로 꾸린 지난 1일 방송은 개그맨들의 가족까지 동원됐지만, 시청률은 3.2%(닐슨코리아 조사 결과)에 머물렀다.
KBS는 2001년부터 방송한 ‘해피투게더’도 지난 3월 28일 녹화를 끝으로 방송을 종료한 바 있다. 당시 KBS는 “잠시 시즌을 멈추고 재정비에 들어가기 위해 휴지기를 갖는다“고 밝혔지만, 시즌1에서 시즌4까지 이어지는 동안 한번도 휴지기를 둔 적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영한 셈이었다. 지상파 최장수 토크쇼였던 ‘해피투게더’는 쟁반노래방ㆍ사우나토크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끌며 22.8%(2008년)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렸지만, 올들어선 1%대 시청률로 자체 최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수 프로그램의 연이은 방송 종료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일 프로그램 차원에서 보면 20년 된 프로그램이 종영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 장르 쏠림 현상에 따라 특정 분야가 없어진다는 것은 문제”라며 “‘개그콘서트’ 가 폐지돼 코미디 프로그램의 맥이 끊긴다면 신인 육성과 코미디 문법 개발 등이 어디서 이뤄지겠냐”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