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엊그제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enormous evidence)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내부적으로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CC-TV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코로나19 책임 놓고 미국과 중국 극한 대립
무역으로 성장한 세계 경제 큰 타격 가능성
위기·불확실성 극복할 외교·경제 대책 세워야
그러던 끝에 이젠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나서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며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하기에 이르렀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할 정도로 마찰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방해가 될 뿐이다. 지금은 방역은 물론 경제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글로벌 공조가 필요한 시기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국제무역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는 판이다. 여기에 미·중 마찰이 더해지면 자칫 자유무역 속에서 성장한 세계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물론 향후 감염병 대처를 위해 코로나19의 발병과 확산 원인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학적인 근거보다 말을 앞세워 상대를 비방만 하는 듯한 태도는 곤란하다. 국제 정치·경제의 중심 국가로서 미국이 취할 성숙한 자세는 아니다. 중국도 불투명성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새 리더로 인정받기 어렵다.
세계는 두 나라가 손잡고 정보를 공개하며 글로벌 경제 회복에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수 있다. 미·중 두 나라는 거의 자존심을 걸다시피 충돌하는 중이다. 불똥이 앞으로 얼마 동안, 얼마만큼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신냉전에 불확실성까지 겹친 판국이다. 세계경제 회복엔 지독한 악재다.
한국은 이미 미·중 사이에 끼여 경제가 몇 차례 몸살을 앓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로 인해 그랬고, 미·중 무역갈등 때문에도 그랬다. 비슷한, 어쩌면 더한 상황이 다시 닥쳤다. 현명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할 외교·경제·정치적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안내해 국민을 안도케 하는 것은 오롯이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