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여권에선 이들에 대해 안보 관련 상임위 보임 불가론까지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4일 “안보상의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 국방위나 정보위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김부겸 의원), “1급 정보들을 취급하게 될 텐데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윤건영 당선인)이라고 했다. 5일엔 “민감한 상임위 배정은 국민적 신뢰가 깨져서 이미 어렵게 됐다”(민병두 의원)며 보임 불가를 기정사실화했다.
[현장에서]
전문가들, 특정 상임위 배제론 비판
“예측 잘못 이유로 배척은 지나쳐”
야당 “사망설 CNN엔 왜 항의 않나”
과거 색깔론 피해자였던 여권서
당선인에게 스파이 프레임 씌워
실제로 1986년 11월 ‘김일성 사망설’, 2013년 8월 ‘현송월 총살설’, 2015년 5월 ‘김경희 피살설’ 오보 등 북한 관련 정보가 틀린 건 부지기수다. 2016년 2월엔 국가정보원이 처형됐다고 보고한 이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이 석 달 뒤 중앙군사위원에 선임된 일도 있다. 이번엔 친여 성향의 매체(통일뉴스)조차 ‘김정은 서거’ 속보를 냈다.
두 당선인에 대해 “오버하지 말자”(3일)고 견제구를 날렸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4일 “조리돌림하는 건 더 악랄하다. 정보위·국방위 배척 주장은 의외이자 충격”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여당은 최초 사망설을 보도한 CNN에 대해선 왜 항의 방문을 하지 않냐”고 따졌다.
태영호·지성호 두 당선인을 동렬에 놓고 비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 당선인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사망 99% 확실”(1일)이라고 단정했지만, 태 당선인은 지난달 15일 김 위원장이 태양절 행사에 불참한 걸 근거로 “김정은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4월 28일)라고 추론한 정도다. 당시에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어땠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태 당선인을 향해 “스파이”(김병기 의원)란 표현까지 쓰며 비난하고 있다. “북한 고위직 출신 스피커(태 당선인)를 흠집 내려는 의도 아니냐”는 반발이 야당에서 나오는 이유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친여 성향 네티즌들은 태 당선인의 지역구(서울 강남갑)를 겨냥해 ‘력삼동’ ‘내래미안’ 등 조롱성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이탈 주민을 영구적인 하층 계급으로 만드는 나쁜 메시지를 이보다 더 확실하게 줄 수는 없을 것”(크리스토퍼 그린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 연구원)이란 반응이 나왔다.
과거 수십 년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색깔론의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랬던 그들이 역으로 ‘빨갱이’ ‘스파이’ 프레임을 씌우는 건 기괴한 풍경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대한민국의 주류가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