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률 절반도 안 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의 49.4%(지난해 8월 기준)다.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45.6%)도 절반이 안 된다. 핀란드·스웨덴·스위스 등 북유럽은 가입률이 90%를 넘는다. 고용보험의 소득 대체율이 40~45%인 한국과 달리, 북유럽은 이 비율이 70%에 달하고 수령 기간도 최대 270일에 이른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가 최소 180일 이상 근무해야 하는 등 고용보험 문턱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이대로 두면 특수고용노동자 등 사각지대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용보험을 체계적으로 손봤다면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이 이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산 韓, 저부담·고급여 설계는 무리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출생률이 높기 때문에 미래 재원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지만, 저출산이 심각한 우리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금형이 아닌 '부과형(현재 발생하는 보험 지출을 현재 근로자들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인구 대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모델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보험 가입률이 1%가 채 되지 않는 자영업자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과도한 혜택을 줄 경우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안 교수는 “'저부담·고급여’ 방식으로 설계하면 결국 적자 기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접근했다가는 국민연금처럼 적자가 불가피한 데도 제도를 수정하지 못하는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4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적립기금은 2054년 고갈된다. 이때부터는 부과형으로 연금을 줄 수밖에 없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한 '저부담·고혜택' 체제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금 고갈 등을 늦추기 위한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개혁안을 2018년 제시했지만, 20대 국회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고용보험기금 재정에는 노란불이 들어온 상태다. 실업급여 대상이 늘면서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17년 10조2544억원에서 지난해 7조3532억원으로 2년 만에 2조9012억원이 줄었다.
"섣부른 '전 국민' 표현…포퓰리즘 우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