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아닌 정언유착” 채널A 기자 만난 '제보자X' 고발당해

중앙일보

입력 2020.05.04 11:37

수정 2020.05.04 11:4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왼쪽은 서울 상암동 MBC 본사 건물. 가운데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건물. [중앙포토·뉴스1·카카오지도]

채널A 기자가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미공개 주식 정보 활용 비리 의혹과 관련한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캐려 했다고 MBC에 제보한 이른바 ‘제보자X’가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4일 대검찰청에 제보자 지모씨를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단체는 지난달 19일에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녹취록 전문을 보면 채널A 기자는 신라젠 사건과 관련된 정치권 인사들의 자료 존재를 궁금해한다. 그가 “장부랑 이런 것들이 다 있느냐?”고 묻자 지씨는 “네네. 뭐 파일. 다섯 명 선”이라고 답한다. 또 파일 속 인사에 대해 “여 아니면 여야?”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다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채널A 기자와 지씨의 만남을 알고 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는 MBC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러한 파일의 존재는 물론이고 여야 인사들에게 돈을 받은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법세련은 존재하지 않는 파일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속이면서 채널A 기자에게 검사와의 통화녹음을 먼저 요구하고, 이 전 대표의 출정을 늦춰줄 것을 청탁하는 등의 행위는 취재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봤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착각을 일으키게 한 후 취재 업무의 공정성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법세련은 또 이 사건은 ‘검언유착’이 아닌 ‘정언유착’이라고 명명했다. 검언유착이 성립하려면 검사와 기자가 결탁해 불법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단순히 전화통화를 한 것만으로 유착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게 단체의 생각이다. 법세련은 “검언유착은 매우 악의적인 프레임”이라며 “전화통화 여부도 불투명하며 통화를 했다 하더라도 불법적인 일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보자 지씨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최강욱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예로 들며 “이 사건은 명백한 정언유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황 전 국장은 페이스북에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지씨는 이를 공유하며 “부숴봅시다”라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MBC와 열린민주당 측에 녹취록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 당선인은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글을 올려 검찰과 언론을 공격했다. 법세련은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이번 사태는 선거개입, 검찰 흔들기, 언론탄압을 위해 기획하고 추진한 정치공작이자 폭거”라고 말했다.  
 
해당 고발 건은 채널A 기자와 검사장 통화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채널A 사옥 압수수색을 종료한 데 이어 1일 이철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전 대표의 진술에 따라 검찰이 MBC 압수수색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찰이 MBC 압수수색영장을 부실하게 신청했다는 의혹이 일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빠짐없이 균형 있게 조사하라”며 공정한 수사를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