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유인·성폭행 후 출산"…나이지리아 '신생아 공장' 실체

중앙일보

입력 2020.05.04 07:22

수정 2020.05.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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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 10대 소녀를 유인·성폭행해 출산하도록 한 뒤 신생아를 매매하는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 유력 방송 알자지라는 3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의 '신생아 공장'에 대해 폭로하며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피해를 입은 소녀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미리암(가명)이라는 17세 소녀는 이 방송에서 "지난해 1월 물을 얻으려 마디나투 난민촌 근처에 갔을 때 키키라는 중년 여성을 만났다"며 "이 여성은 남동부 은누구 시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다며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미리암은 열악한 난민촌을 떠나 도시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고 친척 로다(18)에게도 키키를 소개했다. 두 소녀는 나이지리아 극단주의 테러조직 보코하람에 납치됐다가 2017년 가까스로 탈출한 뒤 난민촌에서 힘겹게 살던 터였다.


키키를 따라나선 미리암과 로다는 이틀 뒤 은누구 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두 소녀는 음마라는 노년 여성에게 넘겨졌다. 음마는 이들을 '일터'로 데려갔다.
 
미리암은 "음마를 따라 2층짜리 건물에 들어갔는데 층마다 방이 3개 있었다"며 "모두 어린 소녀로 가득 찼고 그들 중 일부는 임신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초반 며칠간 두 소녀에게는 약속대로 청소일이 맡겨졌다. 하지만 이런 속임수는 이내 실체를 드러냈다. 음마가 미리암과 로다의 방을 따로 배정한 날 밤 두 소녀는 남성들에게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 
 
미리암은 "이후 성범죄는 거의 매일 이뤄졌고 임신을 한 뒤에도 반복됐다"면서 "총을 든 남자들이 건물을 포위해 탈출할 수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건물에 있던 소녀들은 출산 후 아기를 빼앗기고 어디론가 보내졌다. 남아를 낳은 미리암과 로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출산하고 사흘 뒤 미리암은 눈을 가린 채 강제로 차량에 실려가다 버려졌다. 거리를 헤맨 끝에 그는 다시 마디나투 난민촌으로 돌아왔다. 
 
알자지라는 "인신매매 조직은 신생아를 불임 부부, 아동 노동 작업장, 성매매 업자에게 팔기 위해 소녀를 유인해 성폭행한다"면서 "나이지리아 남부에서 이런 범죄가 횡행하는 데 지난해 이를 단속하던 군경이 임신한 소녀 19명과 아이 4명을 구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인신매매 방지 단체 NAPTIP에 따르면 인신매매범들은 남아와 여아를 각각 2000~2700달러, 1350달러에 거래한다. 콤포트 아그보코 NAPTIP 대표는 "당국이 신생아 인신매매를 수차례 적발했지만 여전히 발생한다"며 "신생아 공장이 보육원을 빙자해 운영되기도 해 이들에게 아이를 사는 양부모가 인신매매 사실을 모르거나 개의치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인신매매 범죄 방지 대책으로는 난민촌 환경 개선이 꼽힌다. 마디나투 난민촌의 대표격인 무함마드 라완 투바는 "물과 땔감을 조금만 쉽게 구할 수 있어도 인신매매는 사라질 것"이라며 "범죄자는 어떻게 해서든 가족의 생계를 이으려는 우리 아이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한다"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