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앗아간 30년 전통···소아 환자의 쓸쓸한 어린이날

중앙일보

입력 2020.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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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 설치된 위시트리의 모습. 난치병 환아들의 크리스마스 소원을 담은 상자를 모아 만든 '위시 트리' 앞에서 한 아이가 선물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어린이가 즐거워야 할 어린이날이지만 올해 입원해 있는 어린이 환자들은 예년보다 쓸쓸한 하루를 보낼 전망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매년 어린이날마다 병원에서 열렸던 행사가 올해는 열리지 않아서다.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 5곳(삼성서울·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세브란스/가나다순)중 5월 5일 어린이날 관련 행사를 기획한 곳은 없었다. 올해 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5곳 모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라고 답했다.   
 
박진섭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장은 “최근 몇 년간 자체적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기획하기보다 외부 협력 행사를 많이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하고 한 곳에 모여야 가능한 행사가 많운 탓에 올해는 (추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어린이 날을 기념해 5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병원내 어린이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그림그리기를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형병원의 어린이날 행사는 빼놓을 수 없는 연례 일정 중 하나였다. 병원을 방문하는 어린이 환자나 입원한 환우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왔다. 
 
특히 어린이 병원이 따로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30년간 거의 빠지지 않고 어린이날 행사를 기획했지만 30년만에 처음으로 행사 없는 어린이날을 맞게 된 것이다.


지난해 어린이날에 서울대병원은 원내 어린이집 원아 25명 대상으로 특수구급차 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중환자실과 동일한 장비 갖춘 전용 특수 구급차에 동승해 환자를 이송하고, 심폐소생술 인형을 통한 교육을 받으며 병원 체험을 했다.  
 
어린이날 한달 전인 지난해 4월엔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고 참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도 진행했다. 이 밖에 롯데월드 봉사단이 특별 위문공연을 기획해 캐리커처, 타투 스티커 및 페이스 페인팅, 포토존 사진 촬영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했다.
 
피지영 서울대병원 홍보 담당은 “매년 5월 1일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연도 하고 선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했다”며 “개원 이후 30년간 거의 매년 했는데 올해는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명훈 서울성모병원 홍보 담당은 “지난해에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아이들에게 인형극도 보여주고 아트 풍선 행사도 했다”며 “올해는 대면 행사는 없다”고 했다. “대신 소아청소년과에 입원한 아이들과 당일 병원 진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선물만 나눠줄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삼성병원의 경우 개원 25주년 동안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해 왔던 전통도 중단됐다. 좌호철 서울삼성병원 파트장은 “비록 완화됐지만 5일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라며 “예년 같으면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가 모두 행사 준비했는데 올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좌 파트장은 “올해는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진행할 수 없었다”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들의 경우 특히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간격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