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방법도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국가 프로젝트”다. 역시 백번 옳은 말씀이다. 이쯤에서 서생의 문제의식이 발동한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게 있다. 탈원전이다. 이런 ‘경제 전시 상황’에 명분 없고 실익은 더 없는 탈원전을 왜 계속 붙들고 있나. 탈원전을 폐기하고 당장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자. 백 가지 득이 있되 실은 하나도 없다.
코로나19가 준 마지막 기회
일자리 지키고 국난 극복 총력
대통령의 진정성 보여줄 때다
탈원전은 국민 공감도가 크게 떨어지는 정책 중 하나다. 알려진 대로 영화 한 편을 보고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결정했다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 중에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그렇게 정하는 나라는 없다. 누군가의 잘못된 정보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잘못을 바로잡을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정권 초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공론조사 때였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권의 바람과 반대 결과였다. 이때 깨끗이 승복하고 물러났으면 됐다. 억지로 없던 설문을 끼워 넣고 군색하게 탈원전을 고집할 일이 아니었다. 두 번째, 2018~19년 초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대신 원전 가동을 늘리겠다며 슬쩍 물러설 수 있었다. 세 번째, 작년 4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를 발족할 때다. 유엔도 온실가스 감축에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때니 절호의 기회였다.
코로나19로 네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가 왔다. 이번마저 놓치면 더는 돌이킬 수 없다. 여건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대통령만 질끈 자존심을 접으면 된다. 모양새가 빠지는 것도 아니다. 사법·행정·의회 권력을 모두 쥔 압도적 상황이다. 승자의 아량으로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맨 채 나라 곳간만 쳐다보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30대 70의 편 가르기, 국민 갈등이 불거질 판이다. 정부·여당은 관제(官製)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슬쩍 묻어가려는 모양인데, 양보와 희생, 배려는 억지로 안 된다. 솔선수범, 특히 기업과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대통령의 솔선수범이 꼭 필요하다. 측근들이 섣불리 말도 못 꺼낼 정도라는 그것, 탈원전 폐기보다 안성맞춤인 게 없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