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보면 재난지원금은 기획재정부가 처음 제시한 대로 소득 하위 50% 가구에 지원하는 게 타당했다. 하지만 여당이 반대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자”고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에 기부 강요하고 정치권이 생색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책임 행정 펴야
이쯤 되면 정부는 “양심을 강요하는 게 무슨 정책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 분열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까지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대통령부터 한다면 재계가 그냥 있기 어렵다”면서 “사재를 내놓으라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100만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통해 15만원을 돌려받으니 85만원은 포기해야 해서다. 집권당 주도로 부유층의 기부를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때 국민이 돌반지·결혼반지를 들고 나온 것은 그야말로 국가 부도 위기 앞에서의 자발적인 의지와 선택이었다. 지금처럼 “부자니까 기부하라”는 식의 관제 금모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런 방식의 기부를 강요하면 자칫 국민 편 가르기만 부추길 수 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은 이미 소득 하위 45% 국민이 면제받는 소득세를 책임지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막대하다. 여기에 기부까지 강제하는 분위기로 몰아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생색은 집권 여당이 낸다면 이것은 정치도, 행정도 아니다. 이제라도 정교한 정책 집행으로 정책 신뢰를 얻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라는 정부 여당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