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의 응급의학과 A교수는 지난달 28일 ‘ER story(응급실 일인칭 브이 로그)’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근무한 지 15년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채널 소개란에 “모든 에피소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인칭 시점으로 촬영했다. 질병의 진단과 과정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의료인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좀 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실제 응급실 진료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건국대병원 교수 의료윤리 논란
환자 동의 받지 않고 알몸도 노출
네티즌들 “선 넘었다”…결국 삭제
병원 “사전 인지 못 해, 윤리위 개최”
다음날(16일) 올라온 ‘Ep. 7 항문에 무엇을 넣었나요?/아파도 꺼내야 해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가 등장한다. 역시 환자의 민감한 부위는 모자이크했으나 둔부에 손가락을 넣고 확인하는 장면, 기계를 넣어 이물질을 빼는 장면은 고스란히 찍혔다. 두 영상은 각각 6797회, 5054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에선 환자의 병명과 증상, 집도 시 유의사항 등 설명이 나왔다. 문제는 환자의 동의를 받고 촬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선을 넘었다”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16일 영상을 마지막으로 29일 새벽 유튜브 채널은 삭제됐다.
해당 병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로 오늘 알게 됐다.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공개된 곳에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응급실 상황을 찍어 올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의료진의 유튜브 영상 업로드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의사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엔 ▶식별 가능한 환자 정보 게시 금지 ▶소셜미디어상의 게시물 공개 범위 설정 신중 등이 포함됐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