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는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 타율 0.542(24타수 13안타)·6타점·6득점 등 타격감을 잘 끌어올렸다. 그러나 귀국 후 발목 부상으로 오래 쉬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즌 개막이 미뤄진 게 오히려 그로서는 다행이다. 지난달 13일부터 팀 자체 청백전에 나왔고, 연습경기에서 다른 팀을 상대로 타율 0.235(17타수 4안타)·1홈런·5타점을 기록하는 등 방망이를 예열시켰다.
외야수서 지명타자로 자리 바꿔
경기감각 유지하려 루틴 만들기
30대 후반인 최형우 나이를 생각하면 최악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게다가 공인구 교체로 인해 투고타저(투수가 타자보다 우위) 현상까지 두드러졌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을 자책했다. 2016년 말 100억원 자유계약(FA) 시대를 처음 연 당사자로서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올해도 그런 성적이 나오면 창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가 KIA와 FA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그는 “새 시즌에 개인적 욕심은 전혀 없다. 오로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웃으면서 시즌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억원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KIA에 마음의 빚이 많다.
올 시즌 최형우는 지명타자로 변신했다.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에서 줄곧 지명타자로 나섰다. 사실 외야수로 출전하고픈 욕심이 크다. 지명타자를 보통은 ‘타격만 하는 반쪽짜리 선수’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수비 욕심을 내려놨다. 그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수비까지 하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외야수로 나가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팀과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면 타순이나 수비 위치 등 모든 걸 지시에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최형우는 지명타자 준비를 차분히 하는 중이다. 수비하지 않고 벤치에서 계속 쉬다가 타석에 나서기 때문에 타격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는 “지명타자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하체 운동으로 땀을 내면서 준비하는 것도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명타자로서 그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타점 올리기다. 최근 주로 3번 타자로 나왔지만, 곧 4번 타자로 복귀할 수도 있다. 그는 “이전처럼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것이 팀에서 가장 바라는 일이다. 앞에서 기회를 만들면 제가 꼭 홈으로 불러들이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