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엄마와 아이는 한 몸이다"
심장병 질환 아이 출산한 간호사들, 산재 인정받아
아이가 죽어야만 인정됐던 산재
당연한 판결인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판결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법리가 만만치 않다. 현행법상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는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 본인이다. 이번 사례와 같이 일을 한 건 엄마인데 병에 걸린 것이 아이라면, 아픈 사람과 돈을 받는 사람이 서로 다른 모순이 발생한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임신 중 아이와 엄마가 한몸일 때 질병이 발생했다"며 "이 당시에 엄마에게 발생한 산재급여의 수급권한은 출산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모체와 태아를 분리하지 않은 것이다.
제주의료원 비극의 시작
간호사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듬해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제주의료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였고 2012년 2월에 나온 연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13년엔 한국산업언전보건연구원에서 추가 역학조사가 있었다. 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은 두 역학조사의 보고서 내용 중 일부이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 역학조사 보고서 中
서울대=간호사들은 약품 분쇄작업을 할 때 거의 대부분 장갑이나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임신 중에도 분쇄작업을 수행했다. 제주의료원에서 사용된 약품들 중에 FDA X등급은 17종, D등급은 37종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들 약품도 분쇄 과정에서 간호사들에게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제주의료원에서 사용한 FDA X등급, D등급 약품들 약물을 파악했다. 프로스카(X등급, Finasteride)는 임산부가 접촉하면 태아의 남성생식기 기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카마제핀(D등급, Carbamazepin)은 임산부가 복용할 경우 선천성 심장기형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제주의료원에서 사용한 FDA X등급, D등급 약품들 약물을 파악했다. 프로스카(X등급, Finasteride)는 임산부가 접촉하면 태아의 남성생식기 기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카마제핀(D등급, Carbamazepin)은 임산부가 복용할 경우 선천성 심장기형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전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엄마와 아이에게 병원은 아직도 일상이다. 제주의료원은 간호사들이 아픔을 겪은 뒤인 2011년부터 간호사들의 약품 분쇄작업을 폐지했다. 부윤정 한라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사들은 임신을 한 뒤에도 고강도 근무를 피해갈 수 없다"며 처우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이 사건에 목소리를 내왔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당연한 판결이다, 노동자들이 산재를 산재로 인정받지 않는 아픔을 겪는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할 것"이란 성명을 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