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테오(張文喜·49·사진) 주한 싱가포르대사가 기억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년 전 모습이다. 최근 사망설과 와병설이 나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건강했다고 한다. 그는 "2018년 6월 11일 밤 9시부터 2시간 동안 싱가포르 시내 유명 관광지 3곳을 직접 걸어서 이동한 김 위원장은 극히 정상적이었다. (건강 등)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간에 회담이 한차례 취소되는 곡절이 있었고 준비 기간이 불과 4주 정도밖에 없어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북한 선발대(김창선 서기실장 일행)는 김 위원장이 방문할 모든 장소를 사전에 미리 보고 싶어 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 사용료는 북·미 양측이 분담했다."
테오 대사는 "중립적이고 개최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은 싱가포르가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작은 기여를 한 것은 아주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강력한 입국 통제로 감염을 차단해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는 최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집단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난 데 대해 테오 대사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570만명 중 국적자는 350만명이고 220만명은 상주 외국인"이라면서 "30여만명이나 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 집단을 대상으로 검사를 공격적으로 하면서 확진자의 대부분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에게 무료로 검사를 해주고 종전 월급을 그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테오 대사는 싱가포르 정부가 너무 일찍 개학하는 바람에 학교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등교개학을 취소했다는 외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3월에 개학하는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전파 전인 1월부터 이미 개학했고 3월 중순에 1주일간 봄방학을 마치고 다시 개학했다. 학생 감염자는 거의 없고 외국인 노동자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4월 7~6월 1일) 차원에서 4월 8일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싱가포르의 사망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27일까지 1만 4423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사망자는 14명이다. 한국은 244명이나 된다. 싱가포르의 치사율은 0.1%로 2.3%인 한국이 오히려 23배나 높다.
이에 대해 테오 대사는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나온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의 사망률이 가장 낮다"며 "선진적 의료 시스템을 갖춘 데다 정부가 경증 환자(지역사회 격리)와 중증 환자(중환자실)를 신속하게 분산시켜 병상이 부족하지 않도록 조치한 결과"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국민의 85%는 외출을 자제하도록 하면서도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필수 근무 인력(의사·간호사와 대중교통 종사자, 경찰·환경미화원 등)은 코로나19 검사를 모두 하고 있다. 감염을 최대한 차단하면서도 공공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테오 대사는 "아내를 처음 만날 때만 해도 한국에 대사로 올 줄 몰랐다.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는 데다 착하고 예뻐서 2년 뒤 결혼했다"고 말했다. 부인은 두 아이와 대화할 때 반드시 한국어를 사용하고 부부는 영어와 중국어로 소통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대사로 부임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신임장을 제정할 때 부인을 대동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국의 사위라 기대가 크다"고 덕담했고, 테오 대사가 "아내가 대통령의 대학 후배(경희대 중문과 졸업)"라고 구체적으로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놀라며 더 반가워했다고 한다. 테오 대사는 "한국에 도착한 지 불과 9일 만에 신임장을 제정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