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좀 더 미뤄라" 이탈리아 정부 방침에 주교들 반발

중앙일보

입력 2020.04.27 22:25

수정 2020.04.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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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를 완화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가 가톨릭 미사 허용 시점을 뒤로 미루자 현지 가톨릭 주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주교회의(CEI)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가톨릭 신자의 미사 참석을 계속 금지한 정부의 결정을 "헌법에 보장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옥내 종교행사가 금지된 이탈리아 로마의 한 성당에서 5일(현지시간) 신부들이 성당 지붕 위에 올라가 종려주일 미사를 드리자 건너편 주택에 사는 주민이 발코니에서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6일 기업 영업 및 생산시설 운영을 내달 4일부터 재개하겠다는 내용의 봉쇄 조처 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미사는 그 대상에서 빠졌다.
 
다만 장례식 절차만은 직계 가족과 친지 중심으로 15명 이내가 참석한다는 조건으로 허락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지난달 9일부터 전국적인 이동제한령과 휴교령을 내리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비필수 업소와 사업장은 잠정 폐쇄하는 조치도 동반됐다. 


코로나19 감염자가 1만 명 넘어서던 당시 주세페 코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국가 전체를 봉쇄한다"며 직접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0일(현지시간) 로마의 상원 의사당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의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연정의 한 축인 극우 정당 동맹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지난 8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한 지 12일 만이다. 지난해 6월 출범한 포퓰리즘 연립정부는 1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최근 이탈리아에선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로 들어선 모양새다.  26일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오후 6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전날보다 260명 늘었다고 밝혔다. 하루 신규 사망자 수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200명대로 내려가면서 봉쇄 조치도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봉쇄 완화 범위가 공개되자 가톨릭계뿐 아니라 시민 사회계에서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신자들의 건강을 보장하고자 정밀한 방역 대책을 검토하고 있고, 며칠 안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사 참석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신자들 간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등 방역 대책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기술·과학위원회는 바이러스 재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일러야 내달 25일께나 미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