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남 후보는 지난 17일 법원에 투표용지와 선거인 명부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재검표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남 후보는 결국 재검표 요청을 철회했다. 남 후보는 지난 21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삐뚤어진 눈 때문이었다”며 “제 눈과 머리를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보니 판단 착오였다”고 말했다.
불과 3표 차이,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당시 문 후보는 1만6672표를 얻어 박혁규(한나라당) 후보에게 3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같은 결과로 ‘문세표’라는 별명이 붙은 문 후보는 당선 무효 소송을 벌이며 법정 공방까지 벌였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법원의 재검표 결과 두 후보의 표차는 3표에서 2표로 줄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충남 당진 선거구에서 박기억(열린우리당) 후보가 김낙성(자민련) 후보에 9표 차이로 석패(惜敗)했다. 당초 개표 결과에서 두 후보는 25표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당투표 투표함 개표 과정에서 지역구 투표용지 84장이 뒤늦게 발견돼 두 후보 간 차이는 13표로 좁혀졌다. 이에 충남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를 발표한 직후 3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재검표를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재검표를 마친 결과 두 후보 간 최종적인 표 차이는 9표로 줄었지만,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았다.
한 표 차이로 패배·승리 오가기도
단 한 표 차이로 선거에서 승리와 패배를 모두 경험한 경우도 있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충주시의원 주덕읍 선거구에 출마한 곽호종 후보는 1107표를 얻어 김종하 후보에게 패배했다. 4년 뒤인 2006년 곽 후보는 같은 지역에 재출마해 1459표를 얻었고, 당시 경쟁자였던 김원석 후보를 1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석패한 후보들은 단 한 표라도 표 차이가 줄어든 전례를 바탕으로 재검표를 요청하곤 하지만 역대 재검표에서 승패가 뒤집힌 경우는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재검표를 요청하는 것 역시 후보자의 권리 중 하나지만 역대 재검표에서 결과가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개표 역시 업무 과정에 사람이 개입되는 탓에 재검표를 통해 표 차이가 일부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선관위가 무효로 판단한 표를 법원에서 유효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선에선 여야 모두 '개표 조작' 주장
당시 한나라당은 중앙선관위원장을 상대로 노무현 당선자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한 끝에 재검표를 했지만, 개표 과정의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한나라당은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대가로 6억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에 더해 당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했고, 서청원 당 대표는 사퇴했다.
21대 총선이 끝난 이후엔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사전 투표 조작설’이 번졌다. 인천 연수을 지역구에서 낙선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 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재검표 요구를 위한 사전조치로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후보 개개인이 증거보전 신청을 하고 법률적인 조력이 필요하면 당에서도 조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선관위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확한 근거 없이 무모한 의혹만으로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법적·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런 행위가 계속될 때에는 당사자 및 관련자 고발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