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부발전·남동발전, 67만톤 넘게 수입
열량 품질 떨어지는 ‘위조 의혹 석탄’
문제는 노블을 통해 들여온 타라콤 석탄의 열량 품질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타라콤 내부고발 소송(호주 현지) 문건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1년간 총 9건의 품질 위조 의혹 석탄 선적 건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총 82만톤, 806억원 규모로 ㎏당 평균 71.3㎉의 열량이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실제 열량 품질이 5700㎉/㎏인 석탄을 5771.3㎉/㎏를 내는 고품질 석탄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것이다. 석탄 열량은 석탄 품질을 정하는 대표적인 수치로 가격 결정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타라콤 내부고발자는 “공급계약서의 석탄 열량 품질을 맞추기 위해 인증 업체에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석탄 열량 품질 오차는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국내 발전사 석탄화력 보일러는 주로 ㎏당 5800㎉ 이상 열량을 내는 석탄을 땔 때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열량 기준에 미달한 석탄을 사용할 경우 같은 열량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석탄 투입해야 한다. 결국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물론 전기요금을 결정짓는 전력 생산 비용의 증가로까지 전이된다. 2016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발전기의 열효율에 맞는 질 좋은 화력발전 연료를 사용하기만 해도 오염물질 저감이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타라콤 내부고발 소송 문건을 분석한 결과, 국내로 들어온 전체 9건의 석탄 운송 실적 중 7건은 국내 발전사로 반입이 확인됐다. 한국중부발전 4건, 한국남동발전 3건이다. 도입 규모는 약 67만4000톤, 6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석탄의 열량 차이는 ㎏당 평균 -72.9㎉로 편차가 더 컸다. 계약 열량에 맞추기 위해 품질인증서를 조작한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노블이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으로 석탄을 공급할 당시 밝힌 석탄의 열량 품질은 계약상 품질과 일치했다. 하지만 국내 발전사가 석탄을 도입한 이후 검사한 품질 열량에선 ㎏당 최대 266㎉의 열량 차이가 났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는 석탄을 받은 후 내부 품질 검사를 또 진행한다”면서 “열량 오차가 클 경우 가격 조정 등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인데 오차가 크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2018년 12월 30일 한국남동발전이 도입한 8만톤 규모(약 89억원) 석탄에서 -266㎉/㎏ 오차가 발생했다. 타라콤 소송 문건 분석 결과 한국남동발전은 5722㎉/㎏의 석탄을 납품받기로 계약했지만, 타라콤은 5585㎉/㎏의 석탄을 5722㎉/㎏로 꾸며 노블을 통해 보냈다. 실제 한국남동발전이 석탄을 받아 품질을 직접 분석한 결과는 5456㎉/㎏에 불과했다. 한국중부발전이 2019년 5월 31일 도입한 석탄도 마찬가지였다. 5370㎉/㎏ 석탄 8만8000톤(약 89억원)을 구매했는데, 노블은 열량 5307㎉/㎏ 석탄을 63㎉/㎏가량 부풀려 보냈다. 한국중부발전 분석 결과 해당 석탄의 열량 품질은 5277㎉/㎏로 나타났다.
위조 의혹 알지만 오차 범위라 상관없다?
국내 발전사들은 수입한 위조 의혹 석탄을 돌려보내거나 벌칙을 부과할 근거가 없다는 태도다.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은 물론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5개사가 ‘석탄 심판분석 기준’을 제정해 열량 품질에 관한 허용오차를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당 5500㎉ 이상인 석탄은 플러스마이너스(±) 112㎉까지, ㎏당 5500㎉ 이하인 석탄은 ±136㎉까지를 분석 오차로 인정한다”면서 “노블이 공급한 석탄은 심판분석 기준에서 정한 분석 오차 안에 있어 페널티를 부과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발전사들의 석탄 심판분석 기준이 제멋대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내 발전사들이 미국재료시험협회(ASTM)의 석탄 열량 분석 방법을 도입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기준 자체가 임의설정 돼 있어서다. 석탄 심판분석 기준 제정에 관여했던 국내 발전사 관계자는 “ASTM의 허용오차를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2009년 최초 제정 당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로 들어오는 석탄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오차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기준을 따로 반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석탄 심판분석 기준은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 등 국내 발전사가 공급사와 맺는 계약 규정과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발전사는 공급사와 맺는 석탄 구매 계약에 ‘석탄 열량 차이가 -50㎉/㎏일 경우 가격 조정 등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규정을 넣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이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도입한 것으로 드러난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의 열량 차(-72.9㎉/㎏)에도 가격 조정 등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계약서에 포함한 -50㎉/㎏ 규정은 공급사에서 먼저 열량 부족을 인정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규정으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석탄 심판분석 기준 강화해야” 지적
이 때문에 국내 발전사들이 석탄 심판분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석탄 심판분석 기준 강화가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의 국내 반입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처럼 타라콤 석탄을 수입하는 일본 최대 화력발전업체인 JERA는 열량 차이가 -50㎉/㎏만 생겨도 반입을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업계 전문가는 “심판분석 기준을 강화해 질 좋은 석탄만을 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