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권한대행은 22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다수로 나왔다. 다음 주 초쯤 구성 절차를 마치도록 할 생각”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제안을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한다. (비대위 기간 등에 대해) 직접 말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23일 저녁에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 통합당은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 체제를 확정한다. 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사퇴한다.
앞서 통합당은 21일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놓고 의원과 당선인 142명을 대상으로 전화 전수조사를 했다. 단 한 명이라도 의견이 많은 쪽으로 결정짓는 사실상의 ‘전화 선거’였다. 연락이 닿지 않은 2명을 제외한 140명이 응답을 했는데, 기타 의견을 제외한 응답자 100여명 중 약 60명 정도가 '김종인 비대위'에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21일 총선을 3주 앞두고 통합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2016년 20대 총선에선 반대편인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김종인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에 선거 이슈가 덮인 데다가, 뒤늦게 합류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비대위의 활동 기한과 권한을 놓고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대선을 치르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때까지 전권을 달라는 입장이지만 “비대위의 역할은 조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수습하는 것”이라는 당내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날 김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7, 8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며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비대위가) 해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원장이 되면 현행 당 대표의 권한을 갖는 것이다. 비대위 과정의 웬만한 잡음은 제어할 수 있다”고 했다. 단기간에 당을 수습하고 물러나는 ‘관리형’ 비대위는 맡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