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실적이 애플이 새로 출시할 아이폰12의 성패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LG디스플레이는 중국 액정(LCD) 업체의 저가 공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은 올 가을 아이폰 신제품인 '아이폰 12'(가칭)를 출시한다. 아이폰12에는 국내 업체가 강점을 지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할 전망이다. 백라이트가 따로 필요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형태로 5.4인치 모델 1종과 6.1인치 모델 2종, 6.7인치 모델 1종 등 모두 4가지다. 스마트폰용 OLED의 경우 삼성·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에 비해 아직은 기술력이나 양산 능력에서 앞서지만 중국 업체 역시 바짝 추격중이어서 아이폰 12에 사용될 디스플레이를 국내 업체가 독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LG 디스플레이, 1분기에 모두 적자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서 코로나 19 여파는 2분기(4~6월) 실적부터 본격 반영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유로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등 올해 예정됐던 커다란 스포츠 행사가 모두 연기돼 당초 기대했던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수요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기존에 캐시카우(수익원)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용 소형 OLED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 소형 OLED 사업을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애플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대형 LCD 부문의 적자를 소형 OLED를 통해 메꿨다. 삼성 계열사 내부 거래인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패널을 제외하곤 한 해 2억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이 가장 큰 고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애플이 구매할 OLED 패널(약 8000만대) 중 약 15~20%(1200만~1500만대)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BOE만 따돌린다면 애플의 나머지 물량(최대 6500만대)을 모두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BOE는 아이폰12 가운데 5.4인치 모델에 OLED 패널을 납품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적자 폭, 아이폰 12에 달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 생산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닛케이 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애플은 올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1년간 아이폰 생산량을 2억1300만대로 설정, 전년 같은 기간(2억400만대) 대비 약 4% 늘렸다. 현재 애플은 D램, 낸드플래시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에 대해서도 전례 없이 많은 물량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