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원 겸직 놓고 ‘황운하 핑퐁’…국회사무처 “경찰이 징계 여부 판단을”

중앙일보

입력 2020.04.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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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와 경찰의 핑퐁 속에 초유의 경찰 겸직 국회의원이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이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생긴 문제다. 황 당선인은 지역구 후보자의 공무원직 사퇴시한(선거일 전 90일) 하루 전인 지난 1월 15일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를 수리하지 않자 출마를 강행했다. 이대로 내달 30일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면 그는 현직 경찰관이자 국회의원인 상태가 된다. 그러자 민 청장은 20일 겸직 여부를 놓고 “국회사무처 등 책임기관의 판단에 의거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접한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21일 “경찰이 징계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생긴 문제를 국회에 떠넘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입장에선 국회법이 기준이다. 그런데 국회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겸직이 불가능한 직업이 명확하며 겸직금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경찰 측이 징계여부를 판단하면 될할 사안을 왜 국회사무처로 넘기냐는 불만이다.

국회법엔 경찰은 겸직 불가 명시
경찰 “재판 전엔 징계 결정 어려워”

 
반면 경찰은 황 원장의 의원면직 신청을 수리할 수도, 그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면직 수리는 2016년 대통령 훈령으로 도입된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때문에 어렵다. 이 규정 5조엔 ‘조사나 수사가 진행 중인 비위 혐의가 해임·파면 등 중징계 대상에 해당할 경우 임용권자는 의원면직을 허용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경찰은 황 당선인에 대한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징계 여부나 수위를 판단한 뒤 의원면직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판단이 당선의 유·무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 내용과 황 당선인이 주장하는 사실 관계가 너무 달라 재판 전에는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