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늦봄이 오는 걸까. 코로나 악재 속에 잔뜩 움츠렸던 영화관들이 지난 주말부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20일부터 ‘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데 맞춰 그간 뚝 끊기다시피 했던 신작 공급도 조금씩 시작되는 분위기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토‧일 전국 극장 관객 수는 각각 4만5457명과 4만6887명으로 한때 3만명대까지 떨어졌던 ‘바닥’에서 반등했다. 17~19일(금~일) 관객수도 11만6716명을 기록, 그 전주 10만 명도 못 미치며(10-12일 9만8703명)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던 데서 처음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금~일 관객 10만명대 회복, '바닥'서 반등
뚝 끊겼던 신작 개봉 늘고 '어벤져스' 출격
로봇 도입 등 '언택트 시네마' 새 트렌드로
어벤져스 시리즈에 '기생충' 흑백판도 개봉
극장가 구원투수로 컴백하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도 활력을 더할 전망이다. 23일 나란히 재개봉하는 ‘어벤져스’(2012)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은 이미 영진위 전산망에서 예매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20일 오후 3시 기준). 이어 29일엔 MCU(마블시네마유니버스) 지난 10년의 대미를 장식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동시 재개봉한다. 29일엔 ‘기생충’ 흑백판도 드디어 관객을 만난다. 앞서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공개돼 호평 받은 흑백판은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기념해 지난 2월 상영 예정이었다가 일정이 연기됐다.
3월 관객 수 87% 줄어든 183만명 역대 최저
이에 따라 영화관들도 단축 영업 혹은 휴점 등의 비상경영을 해왔다. 현재 메가박스는 전체 102개점 중 24개점(23.5%)이, CGV는 전체 169개 극장 중 52개점(30%)이 영업중단 상태다. 롯데시네마는 총 130개 지점 중 대구지역 9개(직영 제휴 포함)가 휴점 중이다. 문을 연 극장들도 상당수가 조조‧심야 회차를 없애는 등 상영 회차를 상당부분 줄였다.
결과적으로 3월 전체 관객 수는 183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4만명(87.5%) 감소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3월 관객수는 물론이고 전체 월별 관객 수로도 가장 적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114억원(88.0%) 줄어든 152억원에 불과했다.
다만 극장업계는 행여나 코로나 재확산의 진앙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방역와 위생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에도 ‘객석 일부 판매 예매 시스템’을 도입해 좌석 띄어 앉기를 시행하는 등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새로운 정상기준)에 부응하는 노력을 해왔다. 일부 극장은 3만원을 내면 사람 없는 시간대에 한관 전체를 대관할 수 있는 행사까지 벌였다.
영화관 티켓 확인 자율주행 로봇도 등장
앞서 메가박스는 지난 13일부터 모바일 앱에서 미리 매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오더’를 성수점·코엑스점·강남점 등 3개 지점에서 시범운영 중이다(오후 2시부터 8시까지). CGV의 '픽업박스'는 패스트오더(사전주문)에다 비대면 수령까지 더한 개념이다. CGV측은 “매점 이용 시간을 줄이는 등 장점이 많다”면서 “관객 반응을 보고 다른 지점까지 확대할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영화산업 긴급 지원대책 시행’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제3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영화산업 피해 긴급지원 대책의 구체안에 해당한다. 정부는 앞서 ^극장들이 매월 납부해야 하는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 티켓값의 3%) 납부를 한시적 감면 추진 ^상반기 개봉 연기 및 취소작의 개봉 마케팅 지원(20여편) 등의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근본 대책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영화계 안팎에서 일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