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여당 업은 文정부 이젠 경제입법? 지배구조 밀어부치나

중앙일보

입력 2020.04.17 16:14

수정 2020.04.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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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총선 승리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이 과반이 되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는 경제 분야 개혁 입법에 더 속도를 내지 않을까요?” 지난 15일 제21대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여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전해지자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했다. 이제 여당은 야당의 도움 없이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16일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가 현실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고 진척되도록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 8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엔 이중 정치ㆍ사회 분야 국정과제에 집중했다. 정부 출범 첫 해엔 100대 국정과제 맨 앞머리를 차지하고 있던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실행에 옮겼고, 지난해엔 ‘조국 사태’에서 비롯된 검찰 개혁에 힘을 쏟았다.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17년 7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에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경제 분야 국정과제는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경제 공약을 책임졌던 최운열 의원은 “공정경제 관련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 자체가 안 됐고, 사법개혁 등 정치·사회 분야 과제에 밀려서 경제 관련 법안은 우리 당내에서도 관심을 못 받아 아쉽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이 사회적 격론의 대상이 되면서 다른 경제 분야 과제가 동력을 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재벌개혁 등엔 사실상 손도 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경제 관련 입법에 더 공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공정경제 과제를 강조했다. 국정과제집에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구조적인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거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갑질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가맹거래법과 대리점법은 여야 간 이견으로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도 정부·여당이 관심을 갖고 있는 과제다. 20대 국회에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과 재벌 총수 일가가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한국 민주당의 역사적인 선거 승리로 수십 년간 대기업을 지배해 온 가족 경영 사슬을 끊어낼 기회가 열렸다”고 전망했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 재벌개혁과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유통산업발전법, 채무자회생법, 생활물류서비스법 등 민생4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정경제 또는 재벌개혁 관련 법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도 총선 공약으로 소득주도성장이나 공정경제 대신 혁신성장을 더 앞세웠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침체되고 기업도 어려운 상황인데, 기업 규제법을 처리하자고 얘기나 꺼낼 수 있겠나. 오히려 규제 완화법부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