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①민주당의 전국 선거 4연승
민주당은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치러진 2017년 5월 19대 대선에선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전체 광역단체 17곳 가운데 14곳을 쓸어담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번 21대 총선까지 이어진 전국 선거 4연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때문에 우리나라 유권자의 진영 구도가 완전히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에 코로나19 위기가 없었어도 민주당이 고전은 좀 했겠지만 승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한국 사회의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②이례적 ‘야당 심판’…집권당이 이긴 중간선거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이 아닌 ‘야권 심판’을 선택했다. 제1야당인 통합당은 지역구 84곳을 포함해 총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3당 지위를 갖게 된 정의당은 6석, 4당인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로만 각각 3석을 배분받았다.
반면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차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선 당초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 1당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 차인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전체 16곳 광역단체장 가운데 7석을 얻어 6석에 그친 한나라당을 눌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총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 정부의 실책이 감춰진 대신 정부의 감염병 대처 능력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간선거는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지는데, 이번엔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와 대립이 아닌 합의하는 모습을 쟁점으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③안 통한 ‘김종인 매직’
김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에 영입됐을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4년 뒤엔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2016년 20대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단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른바 ‘김종인 매직’이 통하지 않았다.
통합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을 너무 늦게 모셔왔다”는 한탄과 함께 “이미 정치적 유통기한이 다한 분”이란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총선이 2022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인 만큼 김 위원장이 향후 보수 진영 재건 움직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정‧김홍범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