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에 국경 잠근 北, 신압록강대교 다시 짓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0.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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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원으로 공사중인 신압록강 대교. 북한은 신종 코로나가 확산세를 보이던 1월말 공사를 중단했다가 지난 12일부터 공사를 재개했다. [사진 구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중국과 일체의 교류를 중단했던 북한이 최근 신압록강대교 건설 공사를 재개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16일 전했다. 신압록강 대교는 압록강 하구를 가로질러 평북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연결하는 왕복 6차선의 다리다.  
 
한 현지 소식통은 “1월 말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자 북한은 국경을 통제하고 다리 공사에 투입됐던 노동자들을 전원 철수시켰다”며 “그동안 공사장 주변에 차량과 노동자들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난 12일 대형 트럭과 1000명에 가까운 북한 측 노동자들이 나타나 공사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북, 12일 북한 지역 세관 및 도로 공사 재개
노동자 1000여명, 대형 트럭 등 현장 포착
'포스트 코로나' 중국과의 교류 강화 준비

이 소식통은 “중국 쪽 세관과 도로, 다리의 상판 공사는 이미 마무리됐다”며 “그러나 북한 쪽에선 다리 끝부분의 도로 다짐 공사만 된 상황이어서 세관 예정지와 다리에서 이어지는 북한 쪽 도로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중국은 그동안 6ㆍ25전쟁 이전에 건설된 압록강 대교를 이용해 교류해 왔다. 하지만 철로와 교대로 왕복하는 1차선 도로의 압록강 대교는 협소한 데다 건설된 지 오래돼 안전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방북했을 당시 중국의 지원으로 신압록강대교 건설을 약속했다. 중국 돈 22억 위안(약 3813억 5000여만원)을 들여 2014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늦어졌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의 유입에 바짝 긴장했던 북한이 북·중 접경지대의 대규모 공사에 나선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과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잦아드는 분위기인 데다, 중국과 접촉하지 않고 북한 지역에서만 공사를 진행하는 만큼 유입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세관 및 도로 건설 공사를 위해선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만간 중국에서 자재 지원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관측은 북한이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북·중 교류를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결정했다”며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중국의 대북 지원을 염두에 뒀을 텐데 신종 코로나로 한동안 차질을 빚다가 신종 코로나가 잦아드는 분위기에 접어들자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중국과 협력을 준비하는 중국 밀착 행보를 통해 한국이나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