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새로운 대출제도인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신설을 의결했다.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한은으로부터 특별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한은의 유동성이 증권사 등을 통해 일반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기 위한 공개시장운영정책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다.
금통위, 금융안정특별대출제 신설
AA-이상 우량 회사채 담보로
기업 자금부족 대비 방어선 구축
외환위기 때보다 센 이례적 조치
시장선 “지원·담보 규모 아쉽다”
한은이 금융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 대출을 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다. 당시 한은은 한국증권금융과 신용관리기금에 각각 2조원과 1조원의 대출을 내줬다. 이번처럼 증권사와 보험사에 직접 대출을 하는 건 사상 처음이다.
한은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센 조치를 내놓은 건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만 대출 담보는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정작 자금난을 겪고 있는 비우량 기업들이 소외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은 “우량 회사채에 한정한 것은 별도의 외부 신용보강장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중앙은행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은 이미 마련된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회사채 신속인수 같은 제도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규모나 담보물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도 전에는 안 하던 정책이니 유동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증권사만 해도 한도 10조원은 다 소진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 규모가 다소 부족한 것 같고, 평소 순환이 안 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도 담보 대상에 편입해줬으면 시장에 더 큰 도움이 됐을 거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황의영 기자 jeong.yonghwan1@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