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따' 강훈 신상공개 취소 소송 "공익보다 인권침해 더 크다"

중앙일보

입력 2020.04.16 18:46

수정 2020.04.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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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 단체대화방인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 강훈(18·대화명 부따). 중앙포토

텔레그램 성 착취 단체대화방인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 강훈(18·대화명 부따)의 신상정보가 16일 공개되자 강훈이 공개 반발했다. '부따' 강훈은 이날 강철구 변호사(북부변호사법률사무소)를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신상공개 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또 “이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상정보 공개를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도 했지만 법원은 이날 신청을 기각했다.
 

강훈, 17일 포토라인 선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심의위원은 총 7명으로 경찰관 3명, 외부위원(법조인·대학교수·정신과의사·심리학자) 4명으로 구성됐다.

법원, 신상공개 집행정지 신청 기각

외부위원 중 2명은 여성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내일(17일) 오전 8시쯤 강훈을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할 때 포토라인에 세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이유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강훈은 박사방 유료 회원을 모집·관리하고 암호화폐로 거둔 범죄 수익금을 인출해 주범 조주빈(25·대화명 박사)에게 전달하는 등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상정보에 따른 강훈과 주변인의 인권침해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등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번 사건에서 강훈은 조주빈에 이어 두 번째로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피의자다. 처음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10대 피의자기도 하다.


“강훈까지 공개 필요 없어”

그러나 강 변호사는 “주범 조주빈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상황에서 굳이 미성년자인 강군의 신상정보까지 공개해 얻을 공공의 이익이 얼마나 큰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공의 이익보다 강훈 등의 인권침해 피해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또 “유죄라는 낙인이 찍혀 강군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도 박탈당했다”며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강훈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경찰 판단과 관련해선 “재판도 안 받은 사람에게 죄가 있다 없다고 단정 짓는 건 신중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재판 전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강 변호사는 “강군이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강훈이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받고 나오는 중이다. 뉴스1

 

“실익 없지만 의미는 있어”

이미 강훈의 신상정보는 공개됐다. 이에 '소송으로 거둘 수 있는 실제 이익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강 변호사는 “실익이 없어도 문제가 있다면 소송 등을 통해 공론화를 하는 게 변호사의 일”이라고 했다.
 
피의자의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잔인한 범행 수법이나 중대한 피해 발생 등의 요건을 만족하면 공개할 수 있다.
 
여기서 미성년자는 예외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때 청소년(만 19세 미만)은 제외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이 지나면 청소년이 아닌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 강훈은 올해 5월 만 19세가 되고 이날 현재 1월 1일이 지났기 때문에 성인으로 간주됐고, 결국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강훈 측이 낸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