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난 극복 위해 여당 손 들어준 민심 겸허히 수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0.04.1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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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민심의 풍향계는 국난 극복과 국정 안정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 있었다.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 반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이해찬 대표, 14일)는 논리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 임기 후반의 문재인 정부도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여당의 독주와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당의 호소는 국정 안정론에 묻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위기 상황은 결과적으로 여당에 큰 힘이 됐다. 당초 문 대통령 집권 4년 차에 치러지는 총선이라 정권 심판론으로 여당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코로나 블랙홀은 모든 이슈를 덮었고 심판론도 잠재웠다. 또 국민들이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다. 해외 언론들이 코로나 방역에 대해 잇따라 호평했고, 이런 분위기를 타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한 것도 민주당의 승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코로나 이겨낼 국정 안정과 경제 회복을 기대
충격적 성적표 받아든 야당은 환골탈태 시급

정부·여당은 힘을 실어준 선거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절대 오만해선 안 된다. 이미 집권 하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이번 총선을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더욱 민심을 두려워하면서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면서 일방적 독주보다는 야당을 파트너로 삼아 통합과 협치를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 방역은 국민들의 인내와 의료진의 선전이 없었으면 아예 불가능했을 일이란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에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속히 바로잡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초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퍼주기식 정책으로 인해 일반 정부 부채와 공공부문 부채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부·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달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임을 거듭 명심해 사활을 걸어야 마땅하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0대 총선(2016년) 참패에 이어 대선(2017년), 지방선거(2018년)에 이어 4연속 참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제 보수 정치는 심기일전해 새판을 짜야 할 처지다. 황교안 대표가 사퇴했지만 그건 시작이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은커녕 현실에 안주하는 무능과 무기력을 보이면서 대안 정당, 수권 정당으로서의 기대를 저버려 국민을 실망시켰다. 공천 막바지에는 극심한 분열로 제 살을 깎아먹으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가 대립하는 등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선거 막판엔 김대호 후보의 3040세대 비하 논란과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 등이 터져나오면서 여당과의 격차가 더 커졌다.


당명은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바꿨지만 이들의 마음가짐과 행태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정부 수립 이후 보수 정당이 이처럼 무기력한 참패의 모습을 보인 적은 없지 않나. 이번 총선은 보수 세력에 뼈를 깎는 혁신이 절실하다는 시대적 과제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