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항공산업 고용유지 프로그램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므누신 장관은 성명에서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 등 10개 항공사와 자금지원 조건에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근로자들을 지원하고 항공산업이 전략적 중요성을 유지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동시에 납세자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 항공업 자금지원안 발표
9월까지 해고·급여삭감 불가 조건
고용유지 보조금 70%, 대출 30%
임원 연봉제한 ‘지원금 잔치’ 차단
대출 비례해 신주인수권 받기로
미 재무부는 1억 달러 초과 대출에 대해선 10%의 신주 인수권을 받아내기로 했다. 항공사 주식을 싼값에 살 권리를 확보했다가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신주 인수권을 행사해 차익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므누신 장관이 언급한 ‘납세자들의 적절한 보상’을 위한 장치 중 하나다.
항공사들은 오는 9월까지 직원의 해고나 급여삭감을 할 수 없고 내년 9월까지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줄 수 없다. 임원 연봉 제한은 2022년 3월까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정부 지원금으로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델타항공은 10년 만기 대출 16억 달러를 포함해 54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앞으로 5년간 델타항공 발행주식의 1%를 정부가 24.39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14일 뉴욕 증시에서 거래된 델타항공 주식의 종가(24.54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인 올해 초 60달러에 가까웠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할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도 10년 만기 대출 10억 달러를 포함한 32억 달러의 지원을 받는다. 이 항공사는 260만 달러어치의 신주 인수권을 정부에 주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항공회사가 과도한 정부 개입을 경계하는 점도 있어서 대출의 조건 등이 초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항공운수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2200개 항공편이 운휴에 들어갔고 승객은 1년 전보다 95% 급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사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314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항공사와 노동조합은 정부 지원의 일부가 언젠가 갚아야 할 대출이라는 점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저비용 항공사인 제트블루는 보조금 6억8500만 달러와 대출 2억5100만 달러를 합쳐 9억3600만 달러를 받는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로빈 헤이즈는 “급여 지급을 위해 절실히 필요했던 현금을 받는다는 점에선 기쁘다”며 “하지만 현금 자산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빚더미를 쌓아 올리는 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jw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