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주 자신이 인터넷상에서 비방에 노출돼 있다고 언급한 것이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공격은 대만에서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즉각 이 발언에 강력히 항의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 "개인적 공격이 대만에서" 언급 발단
차이잉원 총통 즉각 항의...속내는 미-대만 vs 중-WHO
'하나의 중국' 이유로 대만은 WHO 미가입국
중국 후원 업은 WHO 사무총장, 대만과의 신경전
지지통신 "미국이 WHO와는 별개 조직 세운다는 설도...대만도 참가 의향"
대만 "코로나 대책 세계와 나누겠다" 광고 게재
문제는 WHO와 중국의 끈끈한 밀월 관계다. 현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WHO 수장으로 당선될 때 중국의 지원이 상당했다는 배경도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의 힘 덕에 자리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대만의 옵서버 자격을 쉽게 내줄리 없다. 대만을 받아들이게 되면 '하나의 중국'을 부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지지통신은 "WHO는 대만의 요구를 받아들일 기색이 없어보인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WHO에게 천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대만인들은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으로 더욱 불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만과 WHO의 신경전을 뜯어보면 그 안에는 미국-대만 대 중국-WHO의 대리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만과 가까운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끈끈한 WHO가 곱게 보일리 없다. 급기야 15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HO에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지통신은 "대만에서는 미국이 WHO를 대체하는 별도 조직을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면서 "여기에 대만의 참여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유튜버인 레이 두와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론 니에가 시작한 전면 광고는 '누가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만'이라는 답변으로 시작된다. 광고 밑부분에는 "격리된 시대에 우리는 연대를 택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 광고는 대만이 2017년부터 중국의 압력으로 WHO의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기구 연례회의 참석이 금지된 점을 언급했다"면서 "그래서 대만은 고립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완벽히 잘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고에는 "지난 몇 주간 대만이 전 세계에 1600만장의 마스크를 공급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 "누가 대만을 고립시킬 수 있는가? 아무도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돕기 위해 여기 있기 때문"이라는 글과 함께 해시태그(#)로 '대만이 돕는다' 등을 선보였다. 아론 니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신문광고는 WHO의 수장이 대만을 비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전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음을 알리는 출발점"이라 설명했다. 그는 "모금액의 절반은 광고비에 썼고, 나머지는 대만과 다른 나라들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한 의료용품을 사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