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겸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EU 회원국이 기업 지분을 사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과거에는 EU가 기업의 주식 거래에 개입할 필요도, 그렇게 한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현재 많은 유럽 기업들이 M&A 위험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찬스로, 중국 해외 M&A 다시 시동
경제 셧다운에 허덕이는 유럽 기업이 타깃될 것
"현금이 왕" 홍콩 CK그룹 보유 현금만 23조원
EU "각국 정부 산업보호 위해 주식시장 개입해야"
독일·호주 빗장 걸어잠그고 중국 자본 차단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분석회사 CLSA는 “홍콩 CK그룹이나 상하이 푸싱그룹처럼 현금 자산이 충분한 중국계 대기업 입장에서 코로나19는 위기에 처한 우량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금’이 왕이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K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준 187억 달러(약 23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주요국은 차이나머니를 차단하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독일 정부는 8일 EU 외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 시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 장관은 “의료장비·에너지·디지털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자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산업로봇 제조업체 쿠카AG가 2016년 중국 가전제품 생산업체 미데아그룹 손에 넘어간 뒤 차이나머니에 대해 적대감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도 ‘골든 파워(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할 정부 권한)’ 법안에 따라 은행·보험·헬스케어·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보호 조치를 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새로운 규제 장벽 덕분에 과거 하이항(HNA) 그룹 같은 중국 대기업이 미국 기술회사부터 유럽 항공사까지 거침없이 인수하던 시절이 재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재키 옌 홍콩대 경영전략학과 조교수는 “성장 전략 면에서 M&A에 의존하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 규제는 앞으로 큰 장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