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은 은행·핀테크를 아우르는 오픈뱅킹을 한다’고 말하면 다들 눈이 동그래집니다.”
그는 이달 초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금융결제원에 올해는 변화와 도전의 해다. 20년간 해온 청약 업무를 올 초 한국감정원으로 넘겼고,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서명법’이 통과되면 공인인증서가 사설 인증서와 대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김 원장은 “금융결제원이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시기”라며 “그동안 은행권과의 공동 사업을 해온 노하우를 발휘해 ‘금융 분야 공유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인터뷰
은행권과 공동 자동화기기(ATM) 운영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김 원장은 “ATM이 과잉 투자된 지역, 또는 소외된 지역에 금융결제원이 공동 ATM을 설치·운영하기 위해 은행권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ATM으로 금융사가 ATM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인출책의 예금인출 시도 시 금결원이 빠르고 정확하게 경찰청에 ATM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 앱에서 여러 은행의 대출금리를 비교해보고,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도 금융결제원이 만든다. 지금은 신규대출은 금리를 한눈에 비교·신청까지 할 수 있지만,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은 불가능하다. A은행이 가진 기존 대출 정보에 B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은 직접 A은행에 가서 서류를 떼서 B은행에 제출해야 대환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은행 공동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해 이를 은행은 물론 핀테크 기업에도 개방하겠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은행권은 다른 은행 대출을 빼앗아 오기 위한 그야말로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김 원장은 “금융결제원은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라고 강조한다. 벤치에 앉아있는 감독·코치로 머물지 않고 직접 선수로 뛰겠다는 뜻이다. 금융시장 흐름을 바꿔 놓을 만한 특별한 선수가 등장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