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에 따르면 퇴사 경험이 있는 직장인 22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2.1%가 “정확한 퇴사사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신의 퇴사에 대해, 조사 대상의 29.9%는 “평소 친분이 있던 상사·동료 등 몇 명에게만 의논했다”고 했고, 22.2%는 “그 누구에게도 정확한 퇴사사유는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인들이 응답한 숨겨진 퇴사 사유로 ‘직장 내 갑질 등 상사·동료와의 갈등’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러한 갈등으로 퇴사한 직장인의 65.7%가 이유를 숨긴 채 퇴사했다. ‘상사·동료와의 갈등’으로 퇴사한 직장인 중 퇴사사유를 밝힌 직장인은 34.3%에 불과했다.
회사의 기업문화와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62.6%) 퇴사한 경우도 퇴사사유를 숨긴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직급·직책에 대한 불만(53.8%) ▶너무 많은 업무량·지켜지지 않는 워라밸(52.5%) ▶기대에 못 미치는 복리후생(51.7%) 등도 숨긴 채 퇴사하는 대표적인 사유로 조사했다.
직장인들은 진짜 퇴사사유를 밝히지 않았던 이유로 ‘알린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 같아서(41.2%)’를 꼽았다. 또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서(26.1%)’, ‘업계가 좁으니까, 나중에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몰라서(14.8%)’라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진짜 퇴사사유를 알렸다가 불이익을 당할까봐’라는 응답도 10.0%를 차지했다.
직장인들이 사직서에 적은 가짜 퇴사사유 1위는 ‘일신상의 사유(35.9%)’라는 상투적인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 2위는 ‘건강·이사·육아 등 그럴듯한 개인적인 핑계(18.0%)’가 차지했으며, ‘자아개발,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11.5%)’, ‘사업·직무 변경 등 새로운 계획이 있는 것처럼(11.2%)’ 적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퇴사 사유를 상세히 적어서 공유하는 ‘부검메일’(postmortem e-mail) 문화에 대해서는 5명 중 3명이 정착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직장인 64.4%는 ‘부검메일 문화가 도입된다고 해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쓰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응답했다. ‘우리 회사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21.2%, ‘떠나는 자는 말이 없는 법, 필요 없다’는 14.5%를 얻는 데 그쳤다. 부검메일이 퇴사 문화로 정착돼있는 곳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로, 회사를 떠나는 이유와 회사에서 배운 점, 회사에 아쉬운 점 등을 부검하듯 상세히 적어 메일로 나누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