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총선 언박싱(unboxing)-더비’는 제21대 총선에서 화제의 격전지를 집중 분석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와 속사정, 중앙일보만의 깊이있는 분석 등을 꼭 집어 정리해드립니다.
종로구에 속한 안국동ㆍ삼청동은 조선시대 ‘북촌’이라 불리며 명문세가, 고관대작들이 거주했다. 청와대와 주요 공공기관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윤보선ㆍ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당선된 뒤 10년을 전후해 대통령에 올랐고, 장면 전 총리를 비롯해 박순천ㆍ유진오ㆍ장기영 등도 이곳을 기반으로 정치권 거물로 성장했다.
정치권에선 동서 결집력, 안정론과 심판론, 샤이 보수 등을 여전히 종로 선거의 변수로 꼽고 있다.
관전 포인트 1. 동부 벨트냐, 서부 벨트냐
동부 벨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하고, 서부 벨트는 미래통합당에 우호적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쪽 결집력이 강하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곤 했다. 실제로 18~20대 총선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확연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표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정세균 후보의 적극적인 서진정책이 효과를 봤다. 정 후보는 창신ㆍ숭인ㆍ이화동에서 5200여표를 더 얻고, 평창동에서는 불과 48표를 졌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사직동에서 100표를 더 얻었을 뿐 전통적인 우호 지역이던 삼청동과 부암동에서도 근소한 차이지만 정 후보에게 밀렸다.
지리적 승부수를 던진 건 황교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황 후보는 혜화동에 집을 얻었다. 혜화동은 지리적으로 삼청동과 이화동의 중간지점이지만 상대적으로 서부 벨트보다는 창신ㆍ숭인동과 더 가깝다. 20대 총선에서는 2000표 이상을 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이 던졌다.
인구수는 2019년 5월 기준 창신ㆍ숭인ㆍ이화동은 4만5063명, 평창ㆍ부암ㆍ사직동은 3만8226명이다.
관전 포인트 2. 안정론과 심판론
실제로 이 후보는 코로나19 시기의 국정 안정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반면, 황 후보는 정권 심판론으로 맞서는 중이다.
당초 여권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국 입국 허용’ 책임론과 마스크 대란 등으로 선거에 불리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ㆍ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해소된 상태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상승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황 후보측은 “코로나19 등으로 파급된 경제불황에 대한 바닥 민심은 심판론으로 기울어있다”는 입장이다.
관전 포인트 3. ‘샤이 보수’ 얼마나 될까
다만 통합미래당 측에선 ‘샤이 보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샤이 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현 야권에 대한 적극적 지지 여부를 응답하지 않는 층을 가리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지난해 4ㆍ3 보궐선거 당시 창원 성산의 여권 야권 단일후보인 여영국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줄곧 10% 가까이 이겼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0.5%포인트 차이였다”며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가 있는 건 분명하다. 다만 이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성운ㆍ손국희ㆍ이태윤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