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주식 '폭망' 전 팔아치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곽 전 대표를 비롯해 신라젠의 특별관계자와 임원들이 지난해 8월 펙사벡의 마지막 임상 실험 중단 전 매도한 주식은 총 2515억원(292만765주)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월 코스닥에 상장된 신라젠은 한동안 1만원대에서 오르내렸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 펙사벡 임상 실험 소식이 전해지며 연일 급등했다. 그 결과 2017년 11월 주가는 13만원선까지 올랐고, 코스닥 종목 중 ‘연간 주가 상승률 1위’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런데 신라젠 주가가 고공 행진하는 중 임원과 그의 친인척인 특별관계자들이 지분을 대량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라젠 주가는 요동쳤고,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펙사벡 임상 시험 중단 권고 발표가 최종적으로 나오며 주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근 신라젠 주가는 1만2000원~1만3000원 선이다.
이 때문에 신라젠 소액주주 등은 신라젠 임원 및 특별관계자가 펙사벡 임상 시험 중단 사실을 시장에 공표되기 전에 미리 알고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치워 손실을 회피하며 막대한 차익을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역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성장 배경에는 '다른 힘' 있었나
특히 신라젠 상장 전 최대 주주였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이철 전 대표가 노사모 출신이자 국민참여당의 지역위원장이었다는 점 때문에 의심은 더 짙어졌다. 이 전 대표는 불법 투자금 7000억원을 모은 혐의로 징역 12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VIK 투자 피해자들은 이 전 대표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전 대표에게 6억2900만원을 받아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VIK는 신라젠 상장 전 최대 주주로, 미상장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장 전 이 전 대표가 금융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장외시장에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앞두고 수사 속도, 검찰 속내 따로 있나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 수사 본류가 아닌 다른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라며 “검찰을 향한 의혹 제기를 수사를 방해하려는 시도로 무시하고 ‘나는 내 길을 가겠다. 자꾸 흔들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