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 초 가진 기대였다. 수년간의 부진을 거쳐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고, 올해 신차가 한꺼번에 출시되는 해를 맞아 대대적인 실적 상승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아반떼의 광고 카피는 ‘세상 달라졌다’다. 세상이 달라져서 자동차가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가 됐다는 의미와, 신형 아반떼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임진각의 왕복 78㎞ 구간을 오가는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출시하자마자 1만6000여대가 팔린 수퍼스타, 아반떼는 과연 '세상 달라졌을까'.
‘준중형’을 벗어난 크기
하지만 신형 아반떼는 크기부터 달라지긴 했다. 전 세대에 비해 휠베이스(앞·뒷바퀴 축간거리)가 20㎜, 폭은 25㎜나 커졌다. 높이는 오히려 20㎜ 낮아져 다부진 체격으로 ‘벌크업’을 했다. 전 세대가 캐빈(탑승공간)이 앞으로 돌출된 형태였다면 신형 아반떼는 긴 후드와 쿠페 형태의 후면 라인으로 정통 세단에 가까워졌다.
전 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직각삼각형 모양의 특이한 헤드램프를 달면서 ‘삼각떼’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디자인 호감도가 떨어져 판매량도 줄었다. 이번 아반떼는 진짜 ‘삼각떼’가 됐다.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란 디자인 콘셉트로 곳곳에 삼각형의 디자인 요소를 심어놨는데 완성도가 높다.
내부도 충분히 넓다. 20년 전에 나온 EF쏘나타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운전자를 둘러싼 운전석은 10.2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2개를 연결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보여준다. 옵션으로 선택하긴 하지만 준중형에선 호사스러울 정도다.
넘치는 편의 기능, 기본기는 글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이 기능의 사용자 경험이 복잡한 경우가 많은데 현대차의 사용자 경험은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카카오와 협업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조작계는 ‘엉따 켜줘(열선 시트 작동)’ 같은 말도 알아듣는다. 자연어 인식 수준은 이전보다는 향상됐지만, 여전히 말귀를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물론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있고, 개인 프로필이 저장돼 각종 세팅을 맞춰준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차 안에서 집 안의 가전기기를 작동하거나, 차량 자체가 결제 기능을 하는 ‘카페이’도 있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조향 성능은 아직 아쉽다. 동급 일본 경쟁차들이 비싼 부품이나 전자장비를 쓰지 않고도 날카로운 조향 능력을 보여주는 데 반해 신형 아반떼는 아직 조금 무딘 느낌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아반떼 가운데선 가장 뛰어난 운동능력을 보여준다.
좌우 흔들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급회전 구간에 들어갈 때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허둥대는 버릇을 고치진 못했다. 하지만 기대 수준이 높아서이지, 웬만한 유럽 대중차 브랜드나 미국 브랜드의 동급 경쟁자보다는 괜찮은 편이다.
국민 준중형차 가능할까
종합적인 상품성에서 신형 아반떼는 역대 최고다. 기본기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일상 주행에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객관적인 성능으로 평가한다면 ‘우등’ 점수를 받을 만하다.
고양=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