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증가해, 지난달(9조3000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증가액을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전달보다는 소폭 줄었지만(7조8000억원→6조3000억원)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가아파트 거래는 줄었지만 9억원 이하의 수도권 아파트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다.
가계, 주택대출 줄고 신용 급증
증권예탁금 12조 등 ‘빚투’ 늘어
대기업 회사채 막히자 은행으로
2월보다 3.5배 뛴 18조7000억
중소기업 대출 역시 증가 폭이 전달보다 껑충 뛰었다(5조3000억원→8조원). 특히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의 대출 증가액이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2조2000억원→3조8000억원).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정책 지원에 나서면서 증가 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러한 은행을 통한 경기 부양이 은행산업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시중은행 자본여력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충분치 않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화한다면 무리한 정책지원으로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부실화 위험을 근거로 한국 은행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은행이 대출을 쉽게 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로 인한 연체율 증가도 예상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대출의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곳은 꼭 도와줘 연명시켜야겠지만, 평상시 체력이 약한 기업은 오히려 사전적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맞다”며 “건전한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라도 꼭 긴급한 곳에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