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요.”
“연결고리 없이 A가 B라고 하는 것을 뭐라고 한다고요? 따라 하세요. 은유법”
“은유법”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 중학교 1학년 1반 교실. 김현아 국어교사와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지만, 교실은 텅 비어있었다. 김 교사는 교탁 위에 전화기를 세워놓고 다자 간 통화서비스를 활용해 시범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 5명은 모두 시각장애를 가졌다. 3명은 교정시력이 0.2 이하인 ‘저시력자’고, 나머지 2명은 빛조차 지각하지 못하는 ‘전맹’이었다. 김 교사도 점자정보단말기와 점자책을 이용해 수업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한 점역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들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이날 서울맹학교를 방문했다.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두고 특수학교의 온라인 개학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서울맹학교는 유치원과 초·중·고 외에 전공과까지 총 38개 학급, 20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학생의 30%는 시각장애 외에 청각장애 등 중복장애를 갖고 있다.
박 차관은 수업 참관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학생과 부모·교사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하는 것 잘 알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점역 파일, 점자 교재 등 기자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장애학생 대상의 온라인 수업 대책을 밝혔다.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EBS 온라인 강의 자막 지원, 원격수업용 점자교재, 수어영상·자막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발달장애 학생은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도록 원격수업 외에 학습꾸러미·방문교육을 하기로 했다.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도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생과 교감하며 수업 내용이나 방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일방적인 지식전달밖에 못 한다”며 “특수교육은 교과수업뿐 아니라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립성·사회성을 익히는 게 중요 한만큼 현장수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