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김병관 민주당 후보가 이변을 일으켰다. 금감원장 출신의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리며 깃발을 꽂았다. 덕분에 김병관 후보는 ‘최초의 게임업계 출신 국회의원’이란 타이틀을 따냈다. 그는 게임업체인 웹젠 이사회 의장 출신이다.
수성 나선 '게임회사 CEO' 출신 김병관
김병관 후보는 매년 3월 공직자 재산공개 시즌이 되면 화제에 오른다. 국회의원 중 1~2위를 다툴 정도로 재산이 많아서다. 김 후보는 올해에도 2311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국회의원 재산 총액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자수성가를 통해 재산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 노동자의 아들이라는 내 본질은 변한 게 없다”며 “청년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물려줘야겠다는 이유로 정치를 시작했고,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내 일각에선 지난 4년간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분당갑처럼 많은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계획된 신도시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그 간 체육관과 주차장 신설, 시설 내진 보강, 성남 특례시 지정 추진 등 돋보이진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꾸준히 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지역구 내 최대 현안인 공공임대아파트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판교 신도시 일대에 조성된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분양대금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9~2010년 입주 당시 평당 1500만원 안팎이던 분양가는 현재 3300만~3500만원 선으로 배 이상 올랐다.
판교동 주민 박창준(48)씨는 “분양가가 터무니 없이 올라 10년간 살던 주민 중 상당수가 내쫓기게 생겼다”며 “동네가 발전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부자 동네’가 되면서 생긴 분양전환 문제를 풀어줄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앵커, MB 대변인에 기업 임원 지낸 김은혜의 도전
여론조사 지표상으론 김병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가고 있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이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병관 후보는 45.6%, 김은혜 후보는 35.3%로, 둘의 격차는 10.3%포인트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은혜 후보 입장에서 판교 신도시는 핵심 승부처다. 보수세가 강한 분당 신도시와 달리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20~40대 유권자가 많다. 게임업체 CEO 출신인 김병관 후보가 동질감을 앞세워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 김은혜 후보는 “바꿔야 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지난 4년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지 않냐”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김은혜 후보는 범여권에서 내건 ‘언론 개혁’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론 개혁을 빙자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처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은혜 후보는 “국민의 고통 호소와 언론의 비판은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언론을 정권의 나팔수로 이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의사 표현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현 정부의 비뚤어진 운영이 언론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후보는 당 안팎에서 대면 접촉에 강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얼굴 표정과 몸짓에 군더더기가 없고, 중성적인 목소리는 신뢰감을 준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김은혜 후보의 그런 강점을 살릴 ‘스킨십 유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신도시인 탓에 시장과 개인 주택보다는 대규모 상가와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대면 접촉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김은혜 후보는 “코로나19로 주민들이 위축돼 있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분도 많이 줄어 한분 한분이 소중하다”며 “최대한 많은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선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박현주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