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러시아 내 보드카와 코냑의 판매량은 20% 증가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소비자권익보호협회에 따르면 와인(10% 증가), 맥주(5% 증가) 등 다른 주류도 판매량이 늘었다.
통제된 삶 달래려 마시고…
바이러스 소독용으로도 써
폭력 휘두르는 남편도 급증
일부 지방선 '금주령' 발동
개헌 앞둔 푸틴은 반발 경계
전문가도 소독 효과를 인정한다. 모스크바의 감염병 전문의인 일리아 아킨피예프는 통신에 “보드카를 가정이나 직장에서 소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드카의 도수는 보통 40도 정도이지만, 러시아에선 95도 등 다양한 도수의 보드카를 시판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독용으로 에틸알코올 70% 이상을 권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일부 지방정부는 금주령을 발동한 상태다. 지난 2일 극동의 자바이칼 당국은 “지난달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한 이후 음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주류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부 지역의 바시키르공화국도 지난 1일부터 야간 주류 판매를 금지시켰다. 또 사하공화국과 크라스노야르스크 등 6개 지방에서도 주류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러시아 중앙정부는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옛 소련 시절인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권이 ‘반(反) 알코올 운동’을 펴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밀주가 성행하는 등 부작용도 컸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지방정부가 과도하게 주류 판매를 규제할 경우 이처럼 국민적인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급기야 지난 3일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국에 보낸 통신문에서 “불법 판매를 조장하고 사회적인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금주령에 대해 경고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종신집권을 위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