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에 빼앗긴 봄…집에서 술 마신다
#. 직장인 강민수(45) 씨는 최근 '홈술(Home+술)'이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외부 약속이나 회식이 줄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날씨는 좋은데 외부 활동 자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자연스레 술을 찾게 됐다”며 “코로나 19에 봄을 빼앗긴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마신다”라고 했다.
#. 주부 이은영(38) 씨는 요즘 장볼때 주류와 안주류를 빼놓지 않고 꼭 사고 있다. 남편의 재택근무로 집에서 부부가 함께 술을 마시는 횟수가 증가하면서다. 이 씨는 “홈술을 즐길 땐 소주와 같은 독주보다는 맥주나 위스키에 토닉워터 등을 섞은 칵테일 등을 선호한다”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포 종류나 간편 냉동식품과 같은 안주가 떨어지지 않게 미리 준비해둔다”라고 말했다.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과 즐기는 ‘홈술족’이 확 늘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안착하면서 회식 대신 홈술을 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6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체 주류 매출중 가정용과 유흥용(업소용) 주류 판매 비율은 각각 49%와 51%였다. 그러다 지난 3월엔 가정용 주류 판매 비율은 65%였던 반면 업소용은 35%로 역전됐다.
'홈술족' 큰 폭 증가…가정용이 업소용 판매 넘어서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출과 외식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정용 주류의 매출이 늘고 있다”며 “종류에 상관없이 맥주, 소주부터 와인까지 모두 신장세를 보인다. 당분간 가정용 주류의 신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류업계, 가정용 박스 포장 비상…"사무실 직원도 차출"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주류 박스를 포장하는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사무실 직원까지 박스 포장에 동원되고 있다”며 “사무실 직원까지 박스 포장에 차출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가정용 주류의 경우 운반이 용이한 페트병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판촉비가 많이 투입되는 유흥주점 매출 비중이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판촉비가 적게 투입되는 가정용 매출 비중이 상승한 것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오비, 업소용 공장 생산 중단…숙취해소제 판매도 급감
오비맥주 측은 “코로나 19로 유흥ㆍ외식시장이 침체하면서 재고가 쌓여 예전 속도로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됐다”며 “다만 마트 등에 공급하는 가정용 맥주 판매량은 코로나 19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코로나 19 감염 우려로 퇴근 후 직장인 모임이나 회식이 사라지고 대학가 개강도 늦춰지면서 음주 자체가 줄자 숙취해소제 시장도 고전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코로나 19 발생 이후인 2월 숙취해소제 매출은 전년 대비 13.9%, 3월엔 22.5%까지 감소 폭이 커졌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