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 부활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놨다. 차량을 구입한 뒤 1년 이내에 실직해 유지가 어려워지면 차를 되사주는 제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고객의 마음을 사고, 부진에 빠진 현대·기아차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승부수다.
중국판매 2월 -82%, 3월 -28%
11년 전 미국 성공전략 파격 도입
“타다가 마음 바뀌면 새차로 교환”
미국서도 할부금 유예 재가동
‘신안리더’는 차량 출고 후 1년 내에 ▶실직으로 차량이 필요 없어지면 차량 반납으로 남은 할부금을 대납하고 ▶사고를 당하면 동일 모델 신차로 교환해주며 ▶출고 한 달 내 마음이 바뀌면 다른 모델로 바꿔주는 등의 프로그램이다.
‘아이신부두안’은 ▶실직·전염병 등 소득이 없어지면 6개월간 할부금을 대납해주거나 차량 반납 조건으로 동일 금액의 위로금을 주고 ▶출고 1년 내 주행거리·사고이력 등 조건을 충족하면 다른 신차로 교환해주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미주·유럽 등의 자동차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소생 기미를 보이는 중국 시장에서 승부수를 걸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시의 노후차 폐차 보조금 제도에 대응해 보조금을 고객에게 선지급하고 추가 보조금을 얹어준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비대면 채널과 찾아가는 서비스를 활용해 구매 상담에서부터 차량 배송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10년 만에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재가동됐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미주법인은 고객이 비자발적으로 실직했을 때 할부금을 6개월간 유예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2009년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가동으로 재미를 봤던 현대차가 수년 뒤 인센티브(판매촉진비), 재고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는 2010년대 중반 과도한 인센티브 부담으로 수익률이 낮아지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부재와 현대차-제네시스 딜러망 분리 혼란 등이 겹치면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도로 급강하한 경험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수년간 글로벌 권역본부를 신설해 책임 경영을 하고 인센티브와 재고를 줄이며 수익성을 회복했는데 무조건 같은 전략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자산가치가 급락했을 때에 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등으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그룹은 미주·유럽 물류와 판매 네트워크가 사실상 ‘셧다운’ 됨에 따라 수출용 국내 생산 재조정도 검토 중이다. 수요 급감에 따라 국내 완성차 공장의 경우 생산계획을 주 단위로 짜 대응 중인데 일부 수출 물량의 경우 감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