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 배치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의 함장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승조원들을 하선시켜 달라고 요구한 뒤 전격 경질되면서 미국 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다.
“군인 하선시켜야” 함장 서한 유출되자 '경질'
보도에 따르면, 크로지어 함장은 신종 코로나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승조원 5000명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당국에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했다.
그러나 함장의 이 서한은 발송 바로 다음날 언론에 공개됐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최초 보도한 직후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잇달아 보도됐다. 특히 처음 보도가 나온 샌프란시스코는 크로지어 함장의 고향이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함장이 호소하고 나서야 늑장 대응” 비판 제기
NYT는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해당 서한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격분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국방부 관리들은 크로지어 함장이 자신의 고향 매체에 서한을 유출해 경질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 승조원의 가족은 승조원들을 하선시켜 적절한 의료 조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크로지어 함장의 서한이 당국에 압력으로 작용했고, 그 탓에 그가 경질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임무 충실했던 함장에 총질”
이어 “해군은 권력층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것에 대한 오싹한 메시지를 나머지 병력에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크로지어 함장이 승조원들을 구하려다 경질됐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을 직접 발표한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도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에 대해 “나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5000명 승선에 114명 감염...감염 경로는 미궁
모들리 대행은 전날 루스벨트함에서 1000명 정도의 승조원이 하선했으며 2700명 정도를 수일 내에 하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스벨트호에서 코로나가 발병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초 베트남항에 정박했을 때 30명 가량의 승조원이 현지 호텔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2주전쯤 최초로 2명의 승조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확진자가 급증했다”면서 “해군은 루스벨트함이 괌에 정박하기 전 최초 확진자 8명을 병원 시설로 이송했다”고 보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