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셰일가스를 채굴·생산하는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채권자들과 22억 달러(약 2조7194억원) 규모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대신 자산 대부분을 양도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파산보호신청(파산법 제11장)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구조조정을 비롯해 채무 상환이 일시적 연기 등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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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업계는 지난 5년간 국제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원가의 한계를 딛고 꾸준히 성장해왔다. 셰일오일 채굴 원가는 기술 발달로 현재 32~5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30달러 미만의 국제유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배럴당 유가가 33달러까지 떨어졌던 2016년 상반기에 실제로 수십 곳의 미국 셰일 에너지 업체가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미즈호증권은 올해 미국 내 원유 생산업체 6000곳 중 70%가 파산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셰일산업의 붕괴가 특정 산업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미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셰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셰일 관련 에너지 기업은 미국 정크(투기 등급) 본드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4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북미 지역 에너지 기업의 부채는 총 860억 달러(약 107조원)에 이른다. 셰일업체들의 연쇄 파산은 이들에게 투자한 주요 은행의 부도 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존스법의 일시 해제도 고려되고 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간 이동 시 오로지 미국 선박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로, 이 법이 일시 해제되면 미국산 원유 수송은 좀 더 유연해진다. 특히 미 동부 연안에서 생산된 원유를 저가 사우디산 원유가 밀려드는 워싱턴주 같은 서부 지역으로 신속하게 더 많이 운송할 수 있어 미국 석유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