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조서 전부 읽고 대응 기조 세워라"
대검에서 일선 청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하지만 수사 초반부터 대검 간부들이 조서와 수사 기록을 전부 읽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윤 총장이 이런 지시를 내린 건 n번방 사건의 범죄ㆍ피해 유형을 수사 초반에 미리 파악해 대검 차원에서 대응 기조를 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검의 한 검사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균형적으로 처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n번방 사건을 비롯해 주요 현안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 상황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사, 선거 범죄,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 총장의 장모가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여권의 공격이 심해지는 가운데, 총장 자리에서 사퇴하지 않고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윤석열은 공수처 수사 1호" 여권 맹공
지난 22일에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을 부여받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윤 총장이 포함된 14명의 현직 검사 실명이 적힌 명단을 ‘검찰 쿠데타 세력 명단’이라며 자신의 SNS에 게시하는 일도 있었다. 황 후보는 “2019 기해년 검찰발 국정농단세력ㆍ검찰 쿠데타세력 명단 최초 공개”, “2020년에는 기필코…”라며 척결을 다짐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황 후보는 이날 ‘검찰총장’ 명칭을 ‘검찰청장’으로 바꿔서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을 사례로 들며 “지나치게 과대 평가된 총장의 위상에다 검찰이 사실상 법무부를 장악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 윤석열에 대한 감정이나 불만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검찰 내에서는 이런 공격들을 사실상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윤 총장은 자신의 장모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 상황을 일절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총장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치는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