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전』은 ‘눈’을 이렇게 풀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 녀석이 눈이다. 전공은 보는 일. 부전공은 우는 일. 복수전공은 흘기는 일. 신은 눈의 과로사를 막으려고 잠이라는 시간을 설계했을 것이다. 눈에게만 독점 사용권을 허락한 ‘감다’라는 동사까지 만들어 바치며.
여전히 거리엔 마스크가 걸어 다닌다. 입은 마스크 속에 고요히 묻혔다. 한동안은 눈이 입 대신 말하고, 귀 대신 들어야 한다. 이 답답한 시간을 벗기 위해 이 답답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우리, 잘 견디고 있다.
마스크는 말한다. 입이 말을 난사하는 버릇이 있다면 지금 고치라고. 말의 양을 줄이는 연습을 지금 하라고. 이 불편한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마스크를 벗는 그날, 내 입의 신뢰도는 한 뼘 더 올라 있을 거라고.
정철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