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대한항공 주주총회를 마친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체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는 올해 상반기에 6조3000억원 안팎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부터 390명 강제로 휴가 통보
전 직원 급여삭감·순환휴직 소문도
이스타항공 3월 급여 결국 체불
업계 “미국처럼 정부지원을” 읍소
대한항공이 각종 자구책을 검토하는 건 고정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운항노선의 90%가량을 중단하거나 줄인 상황이다. 비행기가 날지 못해도 리스비(비행기 임차비용)와 주기료(비행기를 세워놓는 비용) 등 고정비는 꾸준히 빠져나간다.
국내 다른 항공사는 이미 대규모 비용절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일부터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15일 이상 무급으로 쉬기로 했다. 월 급여의 절반 정도를 못 받는다는 뜻이다. 이 회사 임원들은 급여 반납 비율을 기존의 50%에서 60%로 높이기로 했다.
진에어의 객실 승무원은 지난달부터 순환 휴직에 들어갔다. 에어서울·에어부산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사직서를 내고 급여를 일부 반납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전 직원이 40일간 유급휴직, 에어서울은 직원의 90%가 무급휴직 중이다. 제주항공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 경영진은 급여의 30%를 반납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주당 근무일을 4일로 단축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에선 임금체불까지 발생했다. 지난 2월 급여의 60%를 지급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달에는 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못했다.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 명과 체결한 고용계약은 해지를 통보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4일부터 모든 국내·국제선 운항을 완전히 중단했다. 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플라이강원도 모든 국제선 운항을 멈춘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미국·싱가포르처럼 정부가 항공업계 지원에 나서 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은 지난 2월 항공업에 320억 달러(약 3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싱가포르는 국부펀드를 통해 105억 달러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희철·허정원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