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는 항공사 무급휴직 사태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390명의 외국인 파일럿은 모두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의무적으로 휴가를 사용한다. 휴가 기간 월급은 지급하지 않는다. 이들 중 60여명은 이미 3월부터 무급으로 조종간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무급으로 휴가를 떠난 이들 60여명은 모두 자발적 신청자였지만, 4월부터는 전원 무급 휴가를 가야 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항공 임직원은 짝수달에 기본급의 100%를 상여급으로 지급한다. 때문에 홀수달에 휴직하는 것보다 짝수달에 휴직하면 상대적으로 임금을 덜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때문에 이런 문제를 조율하면서 공평하게 모든 임직원이 골고루 기간을 나눠 휴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직원 순환휴직 소문에 뒤숭숭”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휴가 소진 독려, 유휴 부지 매각 등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을 최대한 실시하면서 버티는 중”이라며 “전 직원 대상 급여 삭감과 순환 휴직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노선의 90%가량을 운휴·감편한 상황이다. 비행기가 날지 못하면 매출이 줄지만, 리스비(비행기 임차비용), 주기료(비행기를 세워놓는 데 드는 비용) 등 고정비는 꾸준히 빠져나간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인건비라도 줄여서 버티겠다는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달 초 2년 차 이상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 휴직을 받았다. 또 이달 중순에는 인턴 승무원을 포함한 모든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전 직원 순환 휴직에 돌입하면 국내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3만8000여명의 임직원 중 약 3만여명이 휴직을 했거나 휴직을 하게 된다. 항공 업종에 직접 종사하는 국내 근로자 80%가 일손을 놓게 된다는 뜻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 추정치는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각국은 앞다퉈 자국 항공사 지원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항공 업종에 320억 달러(38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싱가포르 정부도 국부펀드(테마섹)가 105억 달러(13조원) 규모의 주식·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한국 정부도 미국·싱가포르처럼 신속하게 항공업계를 지원하지 않으면 국내 항공산업이 공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항공사 사실상 개점휴업
진에어 객실승무원은 3월부터 순환 휴직 중이다. 에어서울·에어부산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급여를 일부 반납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전 직원이 40일간 유급휴직, 에어서울은 직원의 90%가 무급휴직 중이다. 제주항공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시행 중이며, 경영진은 임금의 30%를 반납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역시 주당 근무일을 4일로 단축하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희철·허정원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