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축구가 멈춰선 가운데, 홀로 주말 경기를 진행한 벨라루스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를 영국 가디언은 29일(한국시각) 이렇게 소개했다. 벨라루스 리그는 27~29일 사흘간 8경기를 진행했다. 가디언은 “벨라루스 리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거의 밟지 못하는 변방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축구가 중단되면서 전 세계 팬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열정 때문 아니라 코로나 무지 탓”
리그 강행으로 벨라루스는 뜻밖의 특수를 누렸다. 러시아·보스니아·이스라엘 등의 방송사 10곳에 리그 중계권을 팔았다. 빌트는 “(벨라루스 팀인) 토르페도조디노 대 벨시나보브루이스크 경기 결과에 누가 관심이 있겠나.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벨라루스가 리그를 진행하는 건 축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및 리그 관계자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무지하다는 지적이다. 알렉산더 루카첸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최근 “보드카를 마셔서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선 코로나19 예방 정보는 찾을 수 없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28일 열린 FC 민스크 대 디나모 민스크의 더비전에는 3000여 관중이 몰렸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인구 950만명의 벨라루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29일까지 100여명이었다. 벨라루스 축구의 전설 알렉산더 흘렙(39)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정부(벨라루스)만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