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저소득층 1조2600억원 전기료 '유예'
소상공인의 경우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자가 대상이다. 광업·제조업 등의 경우는 10인 미만까지 포함된다. 2018년 한전이 복지할인을 적용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독립·상이 유공자와 같은 저소득층도 유예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소상공인 총 320만호와 저소득층 157만2000호가 유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예되는 전기요금 규모는 1조2576억원이다.
계약전력이 20kW 이하인 소상공인은 별도의 서류가 필요 없다. 저소득층 역시 한전이 2018년 할인 혜택을 적용했던 복지할인 가구 정보를 갖고 있어 별도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계약전력 20kW가 초과하는 소상공인은 소상공인확인서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 "기존 혜택 있어 면제는 고려 안 해"
그러나 주문과 달리 전기요금 면제는 제외됐다. 정부는 “2019년 기준 1조5000억원이 넘는 기존의 요금할인 제도가 있어 감면 조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이미 9282억원 규모(이하 2019년 기준)의 특례할인과 기초수급자 등에 대해 5712억원 수준의 복지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다. 2843억원 규모의 주택용 하계(7~8월) 누진제 할인까지 포함하면 1조7000억원 이상이다.
메르스 때는 할인했지만
한전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2조16억원과 4조953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2080억원과 1조35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2008년(2조7980억원 적자)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문 정부 출범 이전 80~90%에 달했던 원전 가동률이 여전히 70% 초반으로 낮은 데다 온실가스 배출권,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탈(脫) 석탄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속한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적자가 늘어난 데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차일피일 미루며 한전의 여력을 모두 소진해 버린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정작 소비자들이 혜택을 봐야 할 때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전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뉴욕 증시에도 상장된 공기업인 만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요금 인하 정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9월 한전에 '2018년 적자를 낸 원인과 한국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전망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할인 정책이 지속한다면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
"한전 적자 지속할 가능성"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원(電原) 비중을 늘리지 않으면 향후 한전의 적자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치로 취약층의 부담은 덜 것으로 보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는 등 지난 에너지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