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들의 도약 속에 어느새 ‘낀 세대’ 트로트맨이 된 14년 차 가수 박구윤(38). 최근 MBC에브리원의 경연대회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 출연(4라운드 최종 1위)하는 등 스스로에게 신인 때 같은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단다.
트로트 14년차 ‘뿐이고’의 박구윤
‘봉선화 연정’ 작곡 박현진이 부친
“아버지 후광 싫다” 숨기고 활동
“트로트 부활 이끄는 후배들 뿌듯”
임영웅과 영탁·이찬원, 트로트 르네상스를 이끄는 3인방과도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다. 겹치는 방송·행사 무대에서 데뷔 때부터 후배들을 지켜봤다. 임영웅은 “트롯계의 신사이자 설운도 선배님과 흡사한 노래꾼”이고, 영탁은 “붙임성 좋고 선후배 챙기는 게 또 하나의 나를 보는 느낌”이란다. 이찬원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는 애늙은이, 작곡가들 생년월일까지 다 꿰는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5060의 아이유’ 송가인도 조은심이라는 본명으로 활동할 때부터 고민 상담해주던 사이였다. “실력은 최고인데 알려질 기회가 없어 안타까웠는데 국민가수로 사랑받으니 마치 내 일처럼 기쁘다”고 돌아봤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시절 박효신·김범수·빅마마·거미·이적 등의 코러스로 활동할 땐 막연히 ‘R&B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단다. “동요보다 트로트가 친숙했던 ‘모태 트로트’였지만, 그래서 더 싫었어요. ‘나의 음악이 있다,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장윤정·박현빈 등 트로트 신예들이 치고 나오고, 동갑내기 박현빈이 2006년 축구월드컵 때 ‘빠라빠빠’로 뜨는 걸 보며 ‘나도 저렇게 사랑받고 싶다’ 부러워했지요.”
막상 트로트 가수를 한다고 하자 아버지는 깐깐한 트레이너로 돌변했다. “내 곡을 부를 만한 깜냥이 안 된다”며 수차례 퇴짜놨다. 혹독한 훈련 끝에 받은 곡 ‘말랑말랑’으로 2007년 데뷔했다. 아버지 후광이 싫어 성을 빼고 예명 ‘구윤’으로 활동했다.
“불러주면 산골 오지도 갔어요. 전국 어머니교실만 7000군데 더 다닌 듯해요. 매니저 없이 운전하며 70만㎞를 달린 승합차를 5년 만에 갈아치울 정도였죠. 전국의 가성비 좋은 식당과 숙소는 누구보다 훤하답니다.”
그는 “무대 따지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는 지인들의 조언을 매 순간 새기며 연습생 기분으로 무명생활을 버텼다고 했다. “트로트엔 희로애락이 담겨있어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도 강하고요. 트로트의 부활이 국민에게 희망과 위로를 안겨 줄 걸로 확신합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