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운열 "금태섭 졌을 때 깜짝···586은 거의 1인 공천"

중앙일보

입력 2020.03.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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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현역 컷오프 등 골치아픈 부분은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결정했다. 경선 대상이 확정된 뒤 객관적으로, 공정하게만 운영하면 됐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20200327

 

“소위 586세대 (현역)들이 거의 1인 공천으로 끝났다. 경선을 통했더라면 더 떳떳했을 거다.”

최운열(70)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7일 “국민이 기대했던 부분을 공천이 다 반영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253개 지역구를 전부 경선했으면 ‘시스템 공천’ 의미가 훨씬 더 살아났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다. 
 
비례 초선이지만 경력·전문성에 비춰 “중진급 무게감”으로 불리는 최 위원장은 지난달 5일 당 선관위원장에 기용돼 지역구 경선 관리를 이끌었다. 그는 이날 “민주당이 전체 지역구 중 111곳(43.9%)만 경선으로 후보를 정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56%는 단수 공천했다는 뜻이다. “물갈이 폭이 상대편(미래통합당)보다 적었다”고 하자 “객관적 데이터로 나왔다. 현역교체 비율이 우리는 28%, 저쪽은 46%”라고 했다. 27일 최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구는.
(서울 강서갑) 금태섭 의원 사례다. 차이가 이 정도까지 날 거로 예상은 안 했는데 큰 차로 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본인의 소신을 얘기하는 사람이 권리당원 투표와 ARS 여론조사에서 모두 떨어졌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1대 총선 1차 경선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의제기할 때 ‘공천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내가 하는 관리는 믿으셔도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뉴스1]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시민 전화 여론조사(ARS)를 50%씩 반영해 합산했다. 금 의원은 상대 강선우 후보에게 권리당원 투표(강선우 65.2%, 금태섭 34.8%)와 시민 여론조사(강선우 64.3%, 금태섭 35%) 모두 30% 가까운 차이로 졌다.


일각에서 부정투표 의혹도 제기했다.
지지층(권리당원)과 일반 시민 투표 결과가 차이가 나는 게 원칙이긴 하다. 소위 얘기하는 이중투표 우려가 있는데 그런 개연성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은 있을 거 같다. 확인할 수는 없다.
 
이번 경선 과정에 점수를 매긴다면.
과정에 대해서는 99점 줘도 된다. 문제는 경선 대상자를 제대로 뽑았느냐다. (그 부분은) 평가하고 싶지 않다.

최운열 위원장은 1982년부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김종인 전 대표와 재직 기간이 겹치진 않지만 "평소 칼럼, 논문 등을 보고 연락을 주셨고 (입당) 직전 3년 간은 (김 전 대표와) 자주 뵙고 소통했다"고 했다. 임현동 기자/20200327

 
최 위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국민경제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학자다. 서강대 정년 퇴임 직후인 지난 2016년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6년 3월 19일 새벽 7시에 김종인 대표가 전화를 걸어 ‘최 교수, 비례대표로 와서 일할 생각 있냐’고 물었다.” 그는 4년 전 일을 생생히 기억했다. 미래통합당은 전날(26일) 김 전 대표를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 전 대표의 통합당행(行)을 알고 있었나.
지난 금요일 오후까지도 완전히 다 정리하시고, ‘영원한 권력은 없다’고 얘기해서 안 가시는 줄 알았다. 이번주 들어와서….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김 전 대표가 이달 낸 회고록 제목이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설득했다고 한다.
어제(26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나라를 걱정하시는 대표님의 충정 이해한다. 지금까지의 통합당 정강을 180도 바꿔서 시대 패러다임에 걸맞은 당으로 환골탈태시켜 달라’고. ‘대표님이나 저나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는 관심 없으시지 않나?’라고도 했다. 답은 안 주셨다. 지금은 말씀하시기 뭐하실 거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말렸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말렸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 (이 위원장이) 종로에 출마한다고 해서 내가 ‘종로에 계시는 김 전 대표한테 인사를 한 번 가자’고 제안했다. 2월 2일 둘이 찾아가 30~40분 정도 말씀을 들었다. 이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신문에 보니까 저쪽에 가신다는데 사실입니까’라고 묻자 ‘쓸데없는 소리야’라고 하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2016년 4월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최운열 당시 국민경제상황실장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최 위원장은 “20대 (국회) 초에 작업해 김종인 대표 이름으로 발의한 상법개정안을 본격 논의도 하지 못하고 끝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 “이왕 가셨으니 경제민주화 관련 상법개정안을 수용하도록 잡아달라”는 내용도 담았다고 했다. 그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 “20년 넘게 거주한 (서울) 방배 지역 출마 요청이 있으면 고려해보려 했는데, 다른 적합한 후보가 왔다”며 “고향(광주) 출마는 생각도 안 해봤다”고 밝혔다.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이적 제안은 안 받았나.
중앙당 선관위원장이 옮기면 언론에 좋은 먹잇감이 된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고사)했다. 
 
핑계를 댄 것 아닌가. 
비례 연합당 얘기가 나왔을 때 그런 고민이 들었다. 명분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건데, 이대로 두면 원내 1당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현실적 필요도 있었다. (더불어시민당 이적은) 명분상 기꺼이 참여하는 게 어렵다.
 
코로나19로 한국 경제는 “수요와 공급이 다 같이 타격받는, 외환위기(IMF)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는 게 최 위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1단계 소비위축, 2단계 기업 매출 급감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시적 자금난에 따른 기업들의 부도, 즉 ‘흑자도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과제로는 ▶규제 혁파 ▶주 52시간 원점 재검토 등을 꼽았다. 최 위원장의 별명은 ‘미스터 쓴소리’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